대법 “사업장 직접 통제 않더라도 재해 예방 의무 있어”

입력 2020-04-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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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관리ㆍ통제하지 않는 사업장에 근로자를 보냈더라도 근로자의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장비유지보수 협력업체 A 사 등의 산안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2015년 1월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질소 가스가 누출돼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등 근로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LG디스플레이 산업안전 담당 상무, 장비반 기사, 협력업체 지원팀 팀장 등 관계자와 LG디스플레이, A 사, A 사에 장비를 납품하는 B 사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산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LG디스플레이 산업안전 담당 상무에게 징역 8개월, LG디스플레이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관계자들에게는 금고 6개월~1년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다만 A 사, B 사에 대해서는 “파주공장을 직접 운영·관리하는 ‘사업주’가 아니라 LG디스플레이(A 사의 경우), 또는 A 사(B 사의 경우)의 요청에 따라 직원을 작업장에 보내 일을 하는 업체에 불과하다”며 산안법 위반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검사가 상고하면서 대법원에서는 하급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A, B 사와 소속 임직원의 산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리가 진행됐다. LG디스플레이와 관련 임원 등은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산소농도 측정, 송기 마스크 비치 등의 조치는 피고인 회사들이 파주공장을 직접 관리·통제하지 않더라도 취할 수 있는 조치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망한) 작업자 중 2명은 A 사 소속 근로자고, 나머지 1명은 B 사 소속 근로자”라며 “이들과 피고인 회사들 사이의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는 이상 이들을 사용해 사업을 행한 피고인 회사들은 산안법에서 정한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특히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직접 관리ㆍ통제하고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 재해 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타인의 사업장 내 재해 발생 위험이 있다면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주가 예방을 위해 법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등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해 이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산안법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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