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수요 감소에 롯데케미칼이 연이어 가동률 조정에 나섰다.
2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울산공장에 있는 메타자일렌(MeX) 공정과 파라자일렌(PX) 공정 가동을 중단하고, 해당 내용을 관계 당국에 신고했다.
MeX 공정의 경우 3개 라인 중 2개 라인, PX 공정은 2개 라인 중 1개 라인이 대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존 정기보수로 가동을 멈췄던 공정들인데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로 장기간 중단을 연장하겠다는 신고를 접수했다"고 설명했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가동 중단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단, 상황이 개선되면 중간에 재가동할 수는 있다.
MeX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도료 등에 쓰이는 고수익 제품 공정고순도테레프탈산(PIA)의 원료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MeX 라인을 증설해 생산량을 36만 톤(t)으로 늘렸다. 연산 40만t인 자사의 PIA 생산 능력을 MeX 생산량이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PIA 설비의 가동률은 원료 부족으로 70%에 그쳤다.
그랬던 것이 최근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PIA의 수요가 되레 줄면서 MeX 공정도 일부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이 앞서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공정의 중단과 PX 공정의 가동률을 조정을 검토한 이후 연이어 감산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현재 롯데케미칼 울산공장에는 PX와 MeX 공정을 비롯해 PIA 2개 라인, PET 공정 5개 라인, PTA 공정 3개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코로나19보다는 큰 틀에서의 수요 변동으로 가동률을 조정했다"며 "PET는 아직 가동률 조정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등 일부 회사뿐만 아니라 정유ㆍ화학 업계가 전반적으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한동안 사업중단, 희망퇴직 등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제2공장 정기보수를 내달 22일까지 정기보수를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 SK에너지는 공장 가동률을 기존 100%에서 85%로 낮췄고, 현대오일뱅크도 90% 수준으로 조정했다.
GS칼텍스도 정기보수를 앞당겨 진행하고 있고, 에쓰오일은 올해 2~3분기 중에 정기보수를 실시할 계획이다.
SK종합화학은 SK울산공장(CLX) 내 나프타분해(NCC) 공정을 12월부터, 합성고무제조공정(EPDM)은 2분기 안에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석유화학업계에는 '호재'인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유가 하락이 원가 절감으로 이어져 마진이 개선됐다"면서도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요가 줄어들면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