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와 제로금리, 전세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은행권 전세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 합계은 지난달 말 기준 86조2534억 원을 기록했다. 전월보다 2조2085억 원 증가했다. 2월(2조1292억 원)부터 매월 2조 원 넘게 불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렵게 되자 전세대출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0%대로 떨어진 기준금리도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지난달 4억5061만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38만 원 뛰었다.
정부의 전세자금대출 규제도 주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에게 공적 보증기관의 전세자금 대출 보증을 제한했다. 올해 1월에는 민간 보증으로도 보증 제한을 확대했다.
사실상 고가 주택 보유자의 전세자금 대출을 막은 셈이다. 계약과 잔금 시차를 고려하면 규제 강화 전에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막차 물량이 2월과 3월에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도 받을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 확산으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 전망이 나오자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은 전세대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