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아파트가 뭐길래"…부동산이 가른 서울

입력 2020-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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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할퀸 자국이 서울을 갈라놓았다. 야당을 지지했던 강남권 지역 대(對) 여당을 지지했던 나머지 지역으로 말이다. 보수세가 강한 강남지역의 야당 지지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유독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대립 구도가 두드러지는 모습이었다.

대립은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지역 특정 당선인에 대한 비방은 물론 유권자들에 대한 조롱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들 지역 주민은 스스로를 'SKY(서초·강남·용산) ' 지역으로 지칭하며 또 다른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

이를 단순히 정치적 갈등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갈등의 배경에 '부동산'이라는 경제·사회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이번에는 유독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들은 갈등의 양 극단에서 서로를 향해 "아파트에 미쳐 북한 고위 외교관 출신을 국회의원 만든 천박한 유권자들", "강남에 집 한채 사지 못하는 루저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에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 정권 초기부터 집값 안정, 특히 강남지역 아파트값 잡기에 집중하면서 국민들을 '다주택 투기꾼 vs. 무주택 서민' 대결 구도로 몰아간 부분이 갈등을 격화시켰기 때문이다.

원이과 결과가 어찌됐든 선거는 끝이 났다. 이제는 갈등을 해소하고 발전을 위해 화합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고 표심을 통해 드러낸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한 지적이 묻혀서는 안된다. 여당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모두 환영하고 받아들인다는 뜻은 아니다. 강남에 고가주택을 소유했다고 해서 투기꾼이 아니듯 말이다.

전문가들도 선거 이후 부동산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유례없는 글로벌 위기 상황에서 실물경제가 버텨주기 위해서는 주택경기가 뒷받침돼 줘야 한다. 특히나 대부분 중산층의 자산이 '집'에 집중된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벌써 잡음이 들리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약속했던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방안과 관련해 12·16 부동산 대책에 이미 포함돼 있는 상황이라며 여당이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여당도 문제다.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지만 실제 공약이 지켜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여당의 압도적 승리로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 기조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야당의 부동산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空約(공약)'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잠재적인 갈등 요소다.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과감히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는 고육지계(苦肉之計)의 각오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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