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코로나19 대책 실수로 흔들리는 아베 정권

입력 2020-04-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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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아베 신조 일본 정권은 4월 7일, 올해 2~6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한 달 이상 수입이 감소한 가구에 가구당 30만 엔(약 34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계획은 가구당 20만 엔 지급이었지만 포스트 아베의 가장 유력한 후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 아베 총리와 담판해 액수를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국민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선정 기준이 모호한 것은 물론 국민의 20% 정도밖에 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반대여론이 들끓었다.

이처럼 아베가 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정책이나 아이디어는 세간에서 평가절하되는 것이 많다. 예를 들어 무려 466억 엔이나 투입해 정부가 가구당 마스크를 2장씩 보내는 정책도 큰 실패였다. 먼저 한 가구에 한 사람만 사는 것도 아니고, 2명 이상, 많게는 5~6명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마스크 2장이면 모든 가족이 어떻게 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마스크는 불량품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귀에 거는 부분까지 천으로 만들어서 귀에 걸 수 없고, 걸었다고 해도 너무 작아서 얼굴을 압박해 숨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베노믹스를 비꼬아서 ‘아베노마스크’라고 야유를 보내고 있다. 혈세를 낭비하는 아베 정권에 국민이 지치기 시작한 현상들이 나타난 상태다.

또 아베는 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SNS에 자신이 집에서 편하게 지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그 동영상에는 아베 총리가 강아지와 놀고 음료수를 마시고 책을 읽고 TV를 보는 모습이 담겼다. 코로나19 대책으로 국민에게 외출하지 말고 집에서 지내자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예상이 크게 틀어졌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국민의 마음을 모르는 총리는 처음”, “프랑스 같으면 제2의 혁명이 일어날 것”, “자기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편하게 지낼 수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등 아베를 성토했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아베의 비서관이나 총리와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의 작품이다. 청와대에 해당하는 내각관방이 현재 잘 작동하지 않는다. 아베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각관방을 잘 이용하지 않는 아베 총리는 개인적 인맥으로 정책을 결정, 그 폐해가 커진 것이다.

30만 엔 급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스가 관방장관과 잘 통하는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당대표를 내세워서 총리에게 국민 1인당 무조건 10만 엔을 지급하도록 요청했다. 아베 총리는 쉽게 이를 수용해 이미 정한 수입 감소 가구에 대한 30만 엔 지급안을 철회하고 국민 1인당 무조건 10만 엔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런 정책 변경은 보통상황이라면 정권에 치명타를 주는 처사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태연하게 “자신도 처음부터 국민 1인당 10만 엔 급부를 생각했다”고 발언했다. 이 소동으로 가장 입장이 난처해진 사람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다. 자신의 30만 엔 방안이 전면 무시되고 다른 안으로 변경돼 버렸기 때문. 이로 인해 그의 ‘포스트 아베’라는 지위도 흔들린다는 소문이다.

현재 자민당 내에서는 ‘아베 총리 6월 퇴진설’이 나돌고 있다고 한다. 그 시작은 니카이 간사장일 것으로 추측된다. 그는 최근 아베 총리와 독대하고 나서 ‘아베에게 이전과 같은 패기가 없어진 느낌’이라고 친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닌 모양이다. 결국 니카이 간사장이 아베를 자민당 얼굴로 내세우면 다음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코로나19 대책에 대해서도 여전히 바이러스 보균자를 판정하는 PCR 검사 건수가 매우 적은 것이 일본의 실상이다. 한국이 하루에 1만5000~2만 건 검사하지만 일본은 하루에 많아야 4000건 정도이니 압도적으로 검사 건수가 적다. 그런데도 일본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4월 20일 한국을 추월했고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최근 확진자 수가 하루 20명 이하가 되었는데 일본은 하루에 200~550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은 확진자 중 50% 이상이 감염경로를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의 경우 그런 사람은 3% 이하다.

일본에서는 의료붕괴가 일어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문제는 의료붕괴를 막으려는 준비 자체를 거의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2월 말 의료붕괴 고비를 남겼다. 일본은 환자 중심의 코로나19 대책이 없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38도의 고열이 나도 10일간 검사를 거부당한 사례는 흔한 일이다. 콜센터에 검사를 요청해도 그중 3%만 검사받을 수 있는, 비인도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코로나19 대책에서도 아베 정권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자민당 내 젊은 국회의원 50명 정도가 참여하는 모임은 아베 총리가 10%로 인상한 소비세를 제로(0)%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모임의 대표인 안도 히로시(安藤裕) 의원은 이달 초 자민당 본회의에서 “이런 경제정책밖에 만들 수 없다면 자민당은 여당 자격이 없다”고 발언해 많은 자민당 의원들을 놀라게 했다. 아베 총리와 그 주변에 대해 신경만 쓰고 올바른 조언을 하지 못한 자민당 의원들이 많은데 오랜만에 나온 소신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실제로 퇴진하게 될지 몇 달 정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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