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들은 22일 국내 증시가 유가 하락과 미국 대형 기술주의 실적 부진 등으로 조정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진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볼 때 마진율 개선이 돋보이는 국내 자동차 업종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 = MSCI 한국지수 ETF는 2.92%, MSCI 신흥지수 ETF는 2.77% 하락했다.
미 증시가 원유시장 붕괴와 IBM의 부진한 실적 발표로 하락했다. 관련 이슈는 전일 한국 증시에 이미 선반영이 됐던 측면이 있으나, 투자심리 위축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특히 WTI 6월물이 40% 넘게 급락하고 브렌트유도 25% 넘게 하락하며 20달러를 하회하는 등 원유시장 붕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여기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73% 급락하는 등 기술주가 미 증시 하락을 주도해 한국 증시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국제유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경우 급락은 모면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국제유가가 급락했을 때 관련 기업들이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며 글로벌 주식시장 위축을 불러왔으나, 오늘은 트럼프가 에너지 산업을 위한 긴급 자금 조성을 지시했고 텍사스 지역의 에너지 산업의 규제 기관인 텍사스 철도 위원회가 감산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는 점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엑손모빌과 파이프라인 업체들이 감산에 찬성하지 않아 회의가 5월 5일로 연기됐으나 미국 내에서 감산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는 점은 향후 원유시장 안정 기대를 높인다.
이와 함께 미 상원이 4840억 달러 규모의 중소기업, 병원 등을 위한 자금 지원을 체결하고, 이탈리아는 5월 4일부터 경제 셧다운을 일부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긍정적인 소식도 있다. 이를 감안 한국 증시는 조정이 예상되나 외국인의 대량 매도가 없다면 그 조정폭이 확대될 개연성은 높지 않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 르노는 구조조정을 시작했고 포드는 계속해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사정이 생각보다 더 좋지 않은 것 같다. 최근 마진율이 개선된 국내 자동차 업종에는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4일 르노가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의 철수를 발표했다. 둥펑르노의 지분을 합작사 둥펑에 매각하고 중국에서는 전기차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르노의 구조조정은 자금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2014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 르노의 장단기차입금은 작년에 10%가량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8% 감소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이 정크로 강등되기도 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를 정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경제활동 재개에 대한 기대감으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회사채금리나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이 되돌려지고 있지만 자금 사정에 대한 우려가 있는 기업들의 위험지표는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클수록 상승했던 CDS 프리미엄의 되돌림 정도가 약하다.
미국의 자동차업체들 역시 유동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분기 20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되는 포드는 셧다운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나섰다. 3월에 크레딧라인으로 154억 달러를 조달하고, 정크로 강등된 후 4월에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80억 달러를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 3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셧다운이 3월 중순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실적 악화는 4월 이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적 부진과 기업들의 상환능력 한계는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때도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어려움에 부닥치면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GM과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2012년 유럽 재정위기 때 르노, 푸조가 구조조정과 생산설비 축소를 단행했다. 이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반대편에서 수혜를 봤다. 당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낮아지지도 않았고,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동안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이면서 마진율도 개선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아시아보다 미국, 유럽 지역에서 크게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황도 미국, 유럽보다 국내가 먼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3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내수 판매는 신차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마진율이 올라오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2019년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EBITDA 마진율 자체는 7%대로 유럽 고급차 업체들의 10%대 중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2018년에 비해 각각 0.8%p, 1.4%p 높아졌다. 반면 다임러, 닛산, 포드 등 완성차 업체 다수는 마진율이 하락했다. 국내 업체들의 마진율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