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폭락에 산유국들 비명...국가 신용등급 줄줄이 하향

입력 2020-04-22 14:51 수정 2020-04-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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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신용도 추락...자금 조달 비용 급증 우려 -재정난 가중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바다에 유조선이 떠다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바다에 유조선이 떠다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 현상이 일어나는 등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산유국들이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원유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의 재정난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자금 조달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가 급락으로 재정 상황이 악화한 산유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줄줄이 낮췄다. 나이지리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등급인 ‘B-’로 1단계 낮추고, 멕시코는 ‘BBB’로 2단계 내렸다. 콜롬비아는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단인 ‘BBB-’로, 앙골라와 에콰도르는 투자주의 등급인 ‘CCC’로 각각 1단계 하향 조정했다. 4월 들어서도 유가 대폭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으면서 이들 국가의 추가 신용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면했지만 이들 국가의 재정 상황도 악화일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0년 손익분기 유가는 사우디가 83.6달러,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70달러, 오만이 87.6달러 등이다. 현재 유가 수준을 감안하면 이미 엄청난 재정 악화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우디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0%로 늘었는데,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통화선물시장에서는 달러에 페그된 산유국의 통화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 재정 건전화가 진행되지 못한 나라는 달러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한 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 통화 가치 하락은 물가 상승 등을 통해 경제의 혼란을 야기한다. 과거에 여러 번 통화 평가절하를 경험한 나이지리아는 수출의 90%를 석유에 의존한다. 21일 시점에 나이지리아 통화 나이라의 가치는 달러당 389나이라이지만, 1년 후 선물가격은 한때 450나이라까지 떨어졌다.

달러페그제와 재정에 대한 불안은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차입 비용을 늘린다. 오만의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한때 5%포인트 이상 올라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유가 폭락에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산유국들은 우여곡절 끝에 5월 1일부터 두 달 간 하루 97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공급 과잉으로 원유들은 갈 곳 없이 떠돌고 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시점에 바다를 표류하고 있는 원유는 1억4760만 배럴에 달한다.

사우디의 경우, 전 세계 초대형 유조선 750척 가운데 80척 정도가 목적지를 정하지 못한 채 바다를 떠돌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사우디아람코는 “구매자가 없어서 사우디 최대 유전인 가와르유전의 일부 생산설비를 폐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탈석유를 통한 경제 개혁을 추진해온 산유국들에 큰 위기다. 석유 소비국들의 화석연료 이탈이 가속화하면서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는데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이에 시장 혼란에 제동을 걸기 위한 추가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21일 사우디 정부는 “OPEC 회원국, 다른 산유국들과 협력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지만,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실종된 데다 공급과잉도 심각해 해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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