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대항해시대에서 배우는 주식투자의 교훈

입력 2020-04-23 05:00 수정 2020-04-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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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주식투자는 자본주의의 꽃임에 변함이 없다. 17세기 유럽의 작은 나라 네덜란드가 강대국이 된 것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주식투자였다.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전 네덜란드 전국의회는 수많은 소규모 선단들의 치열한 해상무역 경쟁으로 인해 나라 전체의 이익이 감소하자 모두 정리하고 하나의 큰 기업인 동인도회사를 세우기로 결정한다. 오랜 기간 항해를 해야 하고 배의 침몰 위험도 있기 때문에 사업자금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네덜란드 전국의회는 귀족들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신분에 상관없이 누구나 동인도회사에 출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암스테르담 국립기록보존소에 남아 있는 동인도회사의 주주명부에 의하면 하녀, 기능공, 상인, 귀족 등 다양한 신분의 시민 수천 명이 회사 설립에 참여했고 투자금 650만 길더, 한화 약 1200억 원 이상을 모았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시민자본주의가 세계 최초로 시작된 것이다.

그 당시에는 주식도 만기가 있었는데 무려 21년짜리였다고 한다. 17세기 유럽인들의 평균수명이 40년 내외에 불과했기 때문에 만기 전에 주주가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동인도회사는 회계담당자를 통해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끔 허용했다. 주식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결국 네덜란드는 주식거래소를 설립했고 점차 금융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파생상품도 선보이며 오늘날 자본시장의 기틀이 되었다. 주식 매매를 통해 주식의 소유주가 자주 바뀌어도 회사의 자본은 계속 유지될 수 있으니 회사가 존속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주주를 가리켜 ‘스톡홀더(stockholder)’라고 한다.

동인도회사는 유럽의 해상무역을 장악하며 금세 네덜란드를 부국으로 일으켜 세웠고 주주로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었다. 기회의 땅 네덜란드에서는 하녀도 얼마든지 귀족만큼 부를 축척할 수 있었다. 옛날부터 주식투자는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은 폭락을 겪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주식의 가격이 많이 싸졌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라고 보는 것 같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본격적으로 하락한 2월 20일부터 두 달간 수급 자료를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총 17조 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수했다.

동인도회사 사례에서 보듯이 주식투자는 21년이나 될 수도 있는 장기간 회사와 함께 동업하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이므로 기업의 성장에 따른 과실을 함께 공유하려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랫동안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할 수도 있다. 이왕이면 주식을 싼 가격에 매입하고 오를 때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수익도 많아지게 되니 그 시점을 예측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그러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타이밍을 재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한 달여 만에 전 세계 증시가 40% 가까이 폭락할 것이라고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급격히 변하는 국제 경제 상황하에서 날고 기는 전문가들도 못 맞추는데 어떻게 개인이 맞힐 수 있겠는가?

그러면 우리 개인은 성공투자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다른 것은 못해도 우리는 기업의 기초체력, 즉 펀더멘털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들어가면 20년 동안 공시한 기업들의 사업보고서가 나온다. 상장된 2000여 개 기업 중 탄탄한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변함없이 안정적 실적을 내고 은행 이자보다 훨씬 높은 배당금을 지급하는 기업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허황된 꿈을 좇는 것보다 검증되고 안정된 기업에 투자해야 승률도 높아진다. 기업의 실적은 자본의 증가로 이어지고 결국 기업가치 상승으로 귀결된다. 여러 이슈로 인해 주가가 중간중간 등락을 보이지만 결국은 자본 증가에 비례해 우상향한다. 자본시장 역사에서 이 원칙이 어긋난 적은 없었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냉소나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지만 금융지식으로 무장하고 일희일비하지 않는 심리적 평온함만 잘 유지한다면 시간이 흐른 뒤에 기업이 창출한 과실을 함께 공유하게 될 것이다. 400여 년 전 동인도회사의 주주로 참여했던 하녀 얀스, 기능공 하위흔, 상인 포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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