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고향인 거제를 찾아 ‘해양강국 재건’을 선언했다. 한진해운 파산과 현대상선 경영난 등으로 위상이 흔들린 국내 해운산업 지원을 강화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살려 내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한진해운 파산으로 해운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결국 극복했다”면서 “오늘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으로 대한민국 해운 재건의 신호탄을 세계로 쏘아 올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명명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해 안에 같은 급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열두 척이 세계를 누비게 된다”며 “400여 년 전 충무공께서 ‘열두 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했듯, 열두 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산업의 위상을 되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바다로 꿈을 넓힌 나라가 세계를 연결하고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됐다”면서 “해운 강국은 포기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 해운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HMM(옛 현대상선)의 재기 과정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당시 현대상선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놓였지만,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지난달 HMM으로 새롭게 변모해 세계 해운시장에 우뚝 섰다”며 “벌써 초대형 컨테이너선 스무 척을 발주했다.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해 이달부터 운항 서비스 협력을 시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재정·금융 지원 등을 통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해운업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운산업의 장기적 비전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세계 5위 해운강국 도약을 목표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해 다시는 부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해운산업 육성책을 제시했다.
우선 ‘상생형 해운 모델’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선박을 이용하는 화주 기업들에 항만시설 사용과 세제·금융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선주와 화주가 상생 발전하는 토대를 만들 것”이라며 “중소·중견선사를 육성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물류·제조업 등 연관산업으로 이어지는 상생 구조도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해운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 IT 기술을 토대로 자율운항선박과 지능형 항해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항만 배후단지를 활용한 신산업 육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선박 대형화에 대응하고 스마트 물류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부산 제2신항을 조속히 건설하고 광양항에도 컨테이너 하역부터 이송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한국형 스마트 항만을 도입하겠다”고 부연했다.
친환경 선박산업을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부터 강화된 선박 국제환경규제는 우리에게는 신산업 창출의 기회”라며 “친환경 설비 장착을 위한 초기 비용을 지원하고 LNG와 수소엔진 선박, 선박평형수 처리기술, 선박 탈황장치와 같은 친환경 선박산업을 미래 신산업으로 적극 육성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