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대폭락했던 국제유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마디에 급반등했다. 타이밍이 절묘하다 보니 트럼프의 의도적 개입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 군함을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버려 파괴하라고 해군에 지시했다”고 밝혀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지난 15일 걸프 해역 북부에서 벌어진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고속단정이 근접한 사건과 관련, 이란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당시 상황을 두고는 미국과 이란 혁명수비대의 주장이 엇갈린다. 미 해군 측은 “걸프 해역 공해상에서 미 해군 군함 6척이 작전 중이었는데 이란 혁명수비대의 무장 고속단정 11척이 경고를 무시한 채 10m 거리까지 근접해 약 1시간 동안 미 군함 사이를 돌아다니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 혁명수비대는 “고속단정이 예정된 순찰 작전을 했는데 미 군함이 접근했다”면서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철수하지 않고 위협했다”고 반박했다. 혁명수비대는 미 군함이 15일뿐 아니라 6일과 7일에도 걸프 해역에서 훈련하고 복귀하는 이란 군함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 군 대변인은 사격 발언을 꺼낸 트럼프를 향해 “지금 다른 나라 괴롭힐 생각 말고 코로나바이러스에서 자국군을 먼저 구하는 데 집중하라”고 응수했다.
걸프 해역에서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속단정이 근접하는 일은 매년 수차례 벌어진다. 지난 15일 이란 함정 접근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점에 트럼프가 이란을 겨냥해 사격 명령 발언을 꺼낸 데는 다분히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중동 등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공급 차질 우려에 유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산유국 간 감산 합의에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유가 폭락 국면에서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원유시장에 개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실제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19.1%(2.21달러) 폭등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상승 폭을 30% 이상 키우면서 배럴당 16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8.38%(1.62달러) 뛴 배럴당 20.95달러에 장을 마치며 20달러선을 회복했다.
그러나 트럼프발 긴장 촉발 효과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과 공급 과잉 등 현재 글로벌 원유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미국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1500만 배럴 증가해 5억1860만 배럴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원유 허브인 오클라호마 쿠싱 지역의 재고는 5970만 배럴로 최대 저장 용량인 7600만 배럴에 바짝 근접했다.
유조선도 넘치기 직전이다. 라훌 카푸어 IHS마킷 애널리스트는 현재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량만 3400만 배럴에 달하고 5월 말까지 4500만 배럴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저장용량인 1억9000만 배럴까지는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