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첫 재판부터 검찰과 변호인이 정면충돌했다. 검찰은 “공범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피고인 측이 신청한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거부했다. 이에 변호인은 “관련 사건이 수사 중이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비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김미리 부장판사)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정식 재판을 앞두고 쟁점을 정리하는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재판에는 피고인 측 13명의 변호인만 참석했다. 검찰 측에선 수사를 담당한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이 직접 출석했다.
김 부장검사는 “이 사건 피고인들과 공모한 혐의 등으로 총 5건의 20명에 대해 일부 분리 결정하고 나머지는 수사 중”이라며 “형사소송법상 증인 보호의 필요성, 증거인멸의 염려, 관련 사건의 수사 장애 등 사유로 즉시 사건 기록의 열람ㆍ등사, 서면 교부가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략 수사에 2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방대한 사건기록을 검토하는 데 한 달 정도가 필요하다”며 “다음 재판기일도 그 정도 기간이 지난 뒤 재개했으면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공개한 이번 사건의 기록은 97권, 4만7000쪽에 달한다.
검찰이 언급한 공범 수사 대상자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여권 핵심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검찰이 기소한 13명의 피고인 가운데는 한병도ㆍ황운하 21대 총선 당선인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이 있다.
피고인 측 변호인들은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를 못 하면 재판 준비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송철호 울산시장 측 변호인 차태강 변호사는 “관련 사건이 수사 중이라면 기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에 대한 공소를 제기했다.
재판부도 ‘위법’이란 단어를 수차례 언급하며 검찰을 지적했다. 재판장인 김미리 부장판사는 “법률상 서류 등의 목록에 대해서 열람ㆍ등사를 거부할 수 없다. 이는 그 자체로 위법한 것”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열람ㆍ등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10분 만에 재판을 종료했다.
피고인들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상태다. 이들 중 선출직으로 당선된 송철호ㆍ한병도ㆍ황운하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이상이 나오면 직을 잃게 된다.
재판부는 기록 제공 절차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 달 29일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