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때 노 젓자” 코스닥 노크하는 진단키트

입력 2020-04-23 15:55 수정 2020-04-2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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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외진단 업체들이 코스닥시장 입성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술력이 주목받으면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기회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체외진단 혹은 진단키트 관련 8개 바이오 기업이 연내 코스닥 입성을 목표로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거나, 이미 예심을 승인받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퀀타매트릭스, 피플바이오, 에스엘에스바이오, 제놀루션, 소마젠, 젠큐릭스, 와이디생명과학, 셀레믹스 등이다.

올해 예심을 청구한 기업(26개) 중 3분의 1가량이며,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을 제외한 일반 기업으로 대상을 좁히면 전체 예심 청구기업 중 40%에 달한다. 바이오 업종이 자금 수혈을 위해 타 업종보다 IPO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처럼 특정 분야 기업들이 연달아 예심을 청구하는 건 이례적이다.

제놀루션과 젠큐릭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진단 의약품 수출 허가를 받은 기업이다. 제놀루션은 바이러스 RNA 추출에 필요한 핵산추출 전문 기술로 주목받았고, 젠큐릭스는 유방암, 비소세포성 폐암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체외진단기기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나머지 6개사도 각각 다른 질병 분야에서 특화된 진단기술을 무기로 증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피플바이오(알츠하이머 혈액 진단) △퀀타매트릭스(신속 미생물진단 기술 이용한 패혈증 진단) △에스엘에스바이오(나노-바이오 융합기술 기반 다중진단 기반 알레르기 신속 진단 키트) △소마젠(유전체 분석) △와이디생명과학(치주염 등 구강질환) △셀레믹스(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 기반 유전체 분석) 등이다.

와이디생명과학 등 일부 업체는 진단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 신약개발을 병행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과거 IPO 시장에서 진단키트 등 의료기기 관련 업체는 신약개발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왔다. 신약 개발 성공을 통한 주가 상승 추진력을 기대하기 힘들고, 미국ㆍ유럽 등을 비롯한 선진국 진출이 어려웠던 당시 시장 상황이 이유였다.

실제로 이미 증시에 상장한 진단기업(랩지노믹스ㆍ수젠텍ㆍ마이크로디지탈ㆍ피씨엘 등)은 상장 과정에서 신약개발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PER(주가수익비율)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상장과정에서 부진한 수요예측 성적을 받아들고 10%가량 공모가 밴드를 낮춰 수요예측에 재도전한 사례(피씨엘)도 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전후로 상황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진단업체들의 기술력이 두드러지면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미 증시에 상장한 체외진단ㆍ진단키트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모가 산정 단계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소마젠의 경우, 유사기업(피어 그룹)에 ‘진단키트 대장주’로 불리는 씨젠을 포함해 희망 공모가를 대폭 높였다. 지난달 31일 이전 30거래일의 종가 산술평균을 기준 주가로 채택했는데, 이 기간(2월 19일~3월 31일) 동안 씨젠의 주가는 3만4900원에서 11만100원으로 218% 넘게 뛰었다.

김충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기업이 그동안 목표로 삼았던 수출 시장은 아시아와 중동 정도이고, 아무리 기술력을 갖춰도 선진시장은 유통 문제와 상표 인지도 등과 관련한 이유로 진출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 진입장벽이 상당히 낮아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진단업체들의 수혜가 일회성일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진짜 핵심은 그동안 진출이 어려웠던 국가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국내 제품에 대한 레퍼런스를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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