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코로나19에 브라질 엠브라에르와의 합작 철회

입력 2020-04-26 13:20 수정 2020-04-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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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필요한 조건 충족 못해 계약 파기”…에어버스 대항 전략에 차질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간판이 미국의 한 고속도로 위에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간판이 미국의 한 고속도로 위에 걸려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인 보잉이 브라질 엠브라에르와의 ‘민간항공기 합작법인(JV)’ 설립을 철회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보잉은 25일(현지시간) “엠브라에르는 필요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계약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사의 파트너십 소식은 지난 2018년 7월 발표됐다. 보잉은 엠브라에르의 상업용 항공기 부문을 매입하기로 하고, 지분인수 협상에 돌입했다. 보잉은 52억6000만 달러(6조5000억 원)의 합작법인 자본금 중에서 지분의 80%인 42억 달러를 부담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끝내 협상 시한인 지난 24일까지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엠브라에르 측은 이번 계약 파기에 대해 “보잉이 계약을 부당하게 종료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엠브라에르는 “보잉이 42억 달러를 내지 않기 위해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며 “부실한 재무 상황, 737맥스 결함과 같은 회사 평판에 대한 문제로 인해 보잉이 계약을 이행할 의지가 부족한 것으로 비춰진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소재 증권사 미르의 페드로 갈디 애널리스트는 “보잉은 최종 협상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업계에 타격을 주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시작되고 있어서 현 시점에 유동성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게 우리의 견해”라고 말했다. 특히 보잉은 지난해 737 맥스 기종 추락사고로 인한 생산 중단 등 경영 위기를 맞은 데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인한 비행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구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보잉은 대규모 출자를 취소, 약 40억 달러를 절감하려는 것이다. 다만 일시적인 자금 확보에는 성공하더라도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기다리는 유럽 에어버스에 대한 대응 전략에는 큰 차질을 빚게 됐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엠브라에르가 강한 소형기는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 수요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시장이다. 일본항공기개발협회에 따르면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예상되는 제트기의 수요는 약 3만5000대다. 이 중에서 좌석 수가 100~169석인 소형기는 1만 4000여 대로 전체 40%를 차지한다. 여기에 강한 엠브라에르 인수는 에어버스에 대항하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었다. 아울러 합작사 무산으로 인해 737맥스 기종의 공백을 메우는 구상도 무너졌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엠브라에르는 지난 1969년 국영 항공기 회사로 설립, 지난 1994년 민영화됐다. 이 회사는 보잉·에어버스에 이어 캐나다의 봄바디어와 함께 글로벌 3∼4위권의 항공기 제조회사로 꼽힌다. 경전투기 A-29 슈퍼 투카누, 대형 군용 수송기 KC-390 등을 생산하면서 방산 분야로도 발을 넓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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