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스터N은 스포츠카가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를 차별화하고 서스펜션과 핸들링을 조절해 '펀(Fun) 드라이빙' 즉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연스레 변속기는 '6단 수동변속기'만 고집했다.
2020년형 새 모델은 선택의 영토를 8단 습식 DCT까지 확대했다. 이른바 '자동화 수동변속기'를 장착하면서 기존의 굴레를 벗어난 셈이다.
겉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달라진 게 없다. 제원상으로 앞바퀴 좌우 폭(윤거)이 수동변속기 모델보다 18mm 늘어난 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물론 눈으로 이를 알아채기도 쉽지 않다.
차 전체 무게도 수동변속기보다 45㎏ 늘었다. 45㎏을 ‘겨우’ 또는 ‘고작’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차 전체 무게(1460㎏)를 감안하면 비율은 낮지 않다. 날씬한 성인 여성 한명의 무게가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늘어난 무게는 엔진룸 아래 변속기에 쏠렸다. 앞서 벨로스터N은 이른바 ‘헤비 헤드’로 불렸다. 작고 가벼운 해치백인데 앞쪽에 무거운 고출력 엔진을 얹은 탓이다.
이럴 경우 차 무게가 동일한 준중형 세단보다 차를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극단적으로 앞쪽에 무게가 더 쏠린 탓에 코너에서 자칫 중심을 잃고 휘청거릴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앞쪽이 무거운 차인데 무게가 더 실렸으니 우려도 앞선다.
별다른 기대 없이 올라탄 시승차의 실내는 이전과 다를 게 없다. 등받이와 머리 받침이 일체형으로 된, 옆구리를 거머쥘 것처럼 생긴 '버킷 타입' 시트가 달라진 점이다.
무엇보다 벨로스터N에서 처음 본, 자동변속기 방식의 기어박스가 눈길을 끈다.
이미 출시된 벨로스터N 수동변속기는 기어 레버가 절도 있게 움직였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말랑말랑했던 현대차의 여느 수동변속기 레버와 달랐다. 각 기어마다 ‘철커덕’거리며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클러치와 가속페달을 바쁘게 밟아가며 손목으로 레버를 휘두르는 재미가 쏠쏠했다. 고성능 N브랜드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DCT를 얹은 새 모델은 자동변속기와 조작이 똑같다. D레인지로 레버를 옮기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제법 과격하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엔진 출력보다 통통통! 튀는 서스펜션과 묵직한 운전대 감각이 긴장감을 쥐어 짜낸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올라서자 빠르고 괴팍하게 속도를 올린다. 동시에 빠르고 명민하게 코너와 코너를 빠져나간다.
코너링을 반복할 때마다 자신감이 솟구친다. 점점 코너 진입 속도가 빨라지고 코너의 정점에서 출구를 향해 가속페달을 짓밟는 포인트도 빨라진다.
몇 바퀴 트랙을 돌면서 차에 대한 믿음도 슬며시 커진다.
제법 크게 꺾이는 코너에 뛰어들면서 “미쳤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차를 내 던졌다. 온몸이 앞으로 쏟아질 듯한 브레이킹 때에도 차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
코너의 정점에 다가가며 브레이크에 힘을 더 보태는 순간, 엔진 회전수가 급하게 4000rpm 넘게 솟구친다. 변속기는 어느 틈엔가 기어 단수를 한 단계 내리고 코너 탈출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어설픈 수동변속기 운전자의 ‘힐&토우’ 기술 따위는 가볍게 추월하고 남는 셈이다.
수동변속기 벨로스터N은 클러치를 밟았던 왼발과 오른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반대로 DCT 버전은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인다. 이전보다 운전대에서 누르고 조작할 버튼이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운전대 오른쪽에 달린 NGS 버튼이 명물이다. ‘N 그린 시프트’를 의미하는 이 기능은 주행 중 빠른 가속이 필요할 경우 누르면 된다. 한 번 누르면 20초 동안 응집된 엔진 출력을 순간적으로 뽑아낸다.
온몸이 휘몰아치는 코너의 끝에서, 직선로가 눈에 보이자마자 재빨리 NGS 버튼을 눌렀다. 20초 동안 폭발적인 힘을 낸다는 그 버튼이다.
순간 시트가 등짝을 후려치는 듯한 폭발력이 터진다. 동시에 목이 뒤로 꺾일 듯, 곧바로 차는 전방으로 발사된다. 계기판 중앙에는 '20초'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다.
순간적인 '충격'은 뒷차에 들이받힌 느낌이 들 정도였다. 정지상태가 아닌, 주행 중 이런 파괴력을 맛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실제로 현대차가 밝힌 가속 성능은 수동변속기보다 DCT가 앞서 있다.
벨로스터N DCT는 꽤 명민하다. 서킷에 올라오면 수동변속기보다 빠르고, 코너를 경쾌하게 빠져나가는 재미가 꽤 크다.
기자는 어설픈 수동변속기 매니아다. 여전히 세컨드카로 ‘해치백 수동’만을 고집 중이다. 동시에 DCT에 대한 편견도 가득했다. “기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아집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벨로스터N은 DCT를 앞세워 그런 편견을 저만치 밀어내고 어느 틈에 가슴 속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