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큰 정부 시대‘ 귀환

입력 2020-04-27 17:01 수정 2020-04-2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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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부, 천문학적 재정 투입…코로나19 이후에도 ‘래칫 효과’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돈 풀기에 나서면서 전 세계가 다시 ‘큰 정부 시대(era of big government)’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도 로널드 레이건 시대 이후 열렸던 ‘작은 정부 시대’가 저물어 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단순히 공중보건 측면에서의 비상사태를 넘어 경제적 위기로 비화하면서 정부의 역할이 확장된 데 따른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대공황, 2차 세계대전,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건들은 역사적으로 정부의 역할을 변화시켰다. 1930년대 대공황은 더 큰 사회 안전망과 정부 차원의 새로운 구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냈고, 2차 세계대전은 통합된 국방부의 창설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 역시 정치와 철학을 필연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발병한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출신의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 보좌관은 26일 ABC방송에 출연해 “이것은 우리가 본 최대의 경제적 쇼크”라며 “우리는 대공황 때 봤던 수준에 가까운 실업률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미국 의회가 지난달부터 네 차례에 걸쳐 마련한 경기부양책 규모만 해도 3조 달러(약 3684조 원)에 육박한다.

재정 지출이 크게 늘면서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도 덩달아 불어났다. 지난달만 해도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와 내년에 적자 폭이 각각 1조 달러를 약간 상회할 것으로 봤지만, 지난 24일에는 올해 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2020년 9월 30일)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규모가 3조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 속에서 이처럼 정부가 돈을 쏟아 부으면 국민도 익숙해진다. 그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래칫(ratchet·한쪽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톱니바퀴)효과’라고 부른다. 래칫효과란 한번 늘어난 예산이나 소비를 다시 줄이기 어려운 현상을 말한다. 정도에 대해서는 학문적 논쟁이 있기는 하나, 되돌아보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연방 지출의 비율은 9·11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적이 없다.

WSJ·NBC의 최신 공동 여론조사에서 미국 공화·민주 양당 유권자들은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 확대를 크게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적 경제정책 수정을 제안하는 단체인 아메리칸컴퍼스의 오렌 카스 대표는 “여기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필요로 할 때 강력하고 효과적인 정부를 그냥 바꿀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화로울 때 국방부를 없앴다가 공격을 당했다고 해서 바로 다시 만들 수 없듯이, 평상시엔 작은 정부 태세였다가 비상시에 바로 강력한 대응 태세를 갖추길 기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번 큰 정부 상태가 된 이상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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