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죽겠다”는 말에 불현듯 부산의 가게가 떠올라 전화를 걸고 “장사는 좀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수화기 건너편의 부산 사나이는 무심하게 “안 된다”고 했다. 수화기 건너편 부산 사나이이자 고난의 행군 이벤트 메시지 발신자는 부산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인어른이다.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내게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장인 가게 근처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자 거짓말처럼 손님이 끊겼다고 했다. 120석 식당에 점심 손님이 달랑 한 테이블(4명)에 불과했던 어느 날, 그는 추석과 설에도 열었던 가게 문을 잠시 닫기로 했다.
다행히 걱정과 달리 최악의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최근 부산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며 다시 영업을 시작했고,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사람들이 조금씩 바깥 활동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나아지고 있다는 게 처가 식구들의 전언이다. 이는 국내 의료진의 ‘희생적인 서비스’와 방역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마스크 착용·손 소독제 사용 등), 그리고 정부 지원 등이 합쳐진 결과일 것이다. 물론 단골손님들의 마음을 움직인 박 사장의 단체문자가 효과를 본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세상은 BC(Before-Corona)와 AC(After-Corona)로 나뉜다는 말이 나온다. AC 이후에 생긴 버릇이 있다. 외출 전 주머니에 스마트폰과 지갑 외에 ‘마스크’가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당분간은 외출 시 마스크를 챙길 예정이다. 나뿐만이 아니라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계속되고 있는 누군가의 ‘고난의 행군’을 응원할 수 있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