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사용료 못 낸다는 '넷플릭스'의 배짱

입력 2020-04-28 17:00 수정 2020-04-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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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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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최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에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콘텐츠제공업자(CP)의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 쟁점은 글로벌 CP를 대상으로 망 이용대가 부과가 가능한지 여부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일반 고객에게 이용요금을 받으면서 CP에게도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업계 전문가들은 인터넷 망이 CP와 일반 이용자들을 매개하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가졌다는 점을 간과한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양면시장은 특정 플랫폼 사업자가 서로 다른 두 그룹을 매개하는 시장을 말한다. 플랫폼을 통하지 않으면 두 그룹은 연결과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는 두 그룹이 원활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각 그룹은 플랫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

가맹점과 카드 이용고객을 연결·관리하고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이용고객으로부터 연회비를 지급받는 신용카드사의 예를 통해 양면시장의 구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택시앱, 매도자 그룹과 매수자 그룹을 중개하는 부동산 중개업 등도 양면시장 플랫폼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양면시장 개념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는 매개하는 두 그룹으로부터 요금을 받을 수 있다. 시장 참여자간 요금부담 주체 및 수준은 사업자의 선택과 협상에 달렸다고 볼 수 있으나, 플랫폼 사업자를 비롯한 시장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양면시장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요금 구조를 따르게 된다. 앞서 양면시장의 예로 들었던 신용카드사가 가맹점에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이용고객에게는 낮은 요금(연회비)을 부과하는 것도 양측의 경쟁강도와 수요 등을 고려하여 양면시장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의 망을 통해 고객집단에 연결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CP가 망 이용대가(요금)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금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ISP와 CP, CDN 사업자간 망 이용계약에 관한 원칙과 절차를 담고 있으며, ‘CP에 대한 망 이용대가 부과가 이중 과금’이라는 넷플릭스 측 주장과 달리, 이용계약 당사자들(즉 CP와 ISP 모두)이 신의성실의 정신에 입각해 협상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고 있다.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 사례가 전혀 없다는 주장 역시 거짓이다. 넷플릭스는 이미 수년 전부터 AT&T 등 주요 해외 ISP와 망 이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지난 2018년 9월 발표한 ‘망이용대가 관련 해외사례’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4년 4월 Verizon △2014년 7월 AT&T △2014년 8월 Time Warner Cable 등 해외 ISP와 망 이용료 지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소송 제기로 인해 방통위의 재정 절차는 중단됐다.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리겠지만, 넷플릭스가 미국과 유럽에서 적정한 망 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 프랑스 ARCEP(통신우정규제청) 등 각국 규제기관의 역할이 있었다”면서 “방통위와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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