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년' 윤석헌 금감원장 "라임 사태, 6월 중 제재 절차 시작"

입력 2020-04-28 13:25 수정 2020-04-28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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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 내달 설립…코로나19 위기는 선방 중"

파생결합펀드(DLF)·라임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윤석헌<사진> 금융감독원장 내달 취임 2주년을 맞는다. 2018년 5월 금감원장에 오른 그는 그간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비관료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성향 금융학자로 꼽히는 윤 원장은 취임과 동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했다. 하지만 DLF와 라임 사태 등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취임 전부터 주장했던 키코(KIKO) 보상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19까지 닥치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렸다.

◇라임 사태 5월 배드뱅크설립, 6월 제재 절차 돌입= 금감원과 금융투자업계는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이관 전담 회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 원장은 28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서면간담회에서 "운영 주체가 바뀌어야 보다 깨끗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펀드 이관해서 정리하는 배드뱅크 방식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립 시기는 내달 초로 예상했다. 윤 원장은 "아직 몇 개 회사들이 약간 이견이 있지만 5월 중으로는 조정돼 배드뱅크가 설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재도 속도를 붙인다. 윤 원장은 "지금 자산운용에서 검사하고 있는데, 검사가 끝나면 제재도 진행될 것"이라며 "제재 절차를 시작하는 시기는 빠르면 6월 중에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라임 펀드 피해자를 위한 분쟁 조정의 시기는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분쟁조정2국을 중심으로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 펀드에 대한 합동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판매 은행사에 대한 현장 조사가 진행됐으며, 이번 주에는 증권사에 대한 합동 현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금감원 검사 결과를 토대로 법률 검토해 사기나 불완전판매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

윤 원장은 "분쟁 조정에 대한 시기는 구체적으로 말하기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계약 취소 문제가 있고, 또 가급적이면 자율적으로 하고 그렇지 못한 상황의 경우, 분조위를 하는 걸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그것도 정확히 언제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가급적 빨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DLF가 가장 큰 위기, 코로나 19 선방 중"= 윤 원장은 취임 2년 동안 최근 발생한 DLF 사태가 가장 큰 고비라고 언급했다. 원금손실을 낸 DLF로 인해 금융소비자 최우선을 외치던 윤 원장의 정책과 맞지 않았기 때문. 그 과정에서 금융사들과의 오해가 쌓였다.

DLF 사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해외 국채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 상품을 다수의 고객에게 불완전 판매한 사건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 국채금리가 예상과 달리 하락하면서 DLF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수백억 원의 과태료와 일부 업무 정지 제재를 내렸다. 여기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해 중징계도 내렸다. 금융지주들은 최고경영진 제재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면 반론을 펼치면서 관계가 악화됐다.

윤 원장은 이에 대해 "일부는 소통의 문제가 좀 있었고 오해도 좀 있었다"면서도 "시계를 몇 달 돌려도 내 의사결정은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금융이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 금융회사가 동조하면서 그런 잘못이 조직에 광범위하게 있었다"고 덧붙였다.

은행 최고경영자에 중징계를 내린 제재심의위원회 제도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원장은 "제도적인 절차에 따라 정리를 했는데 우리 의도와 다르게 너무 과중한 벌을 줬다고 읽혔던 것 같다"며 "기관이나 개인을 미워서 제재하는 게 아니라 중대한 일이 벌어졌으니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을 지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코 관련 분쟁을 두고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원장은 “기업을 살리는 것이 주주 가치에 반한다는 은행 측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은행에 더 강하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솔직히 이제 금감원이 할 일은 거의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에 너무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선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기고 산은은 혁신 등 미래산업 지원을 돌보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금융시장에 대해선 "선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을 예의주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금융사의 연체율 변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다”면서 “다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은행의 자본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보루는 그래도 은행 아니겠냐”면서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므로 배당이나 장기 성과금을 최대한 내부 유보 하는 것이 맞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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