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낮춰달라" 민원 폭주에도…국토부 '뒷짐'만

입력 2020-04-28 15:04 수정 2020-04-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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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공동주택 공시가 5.98%↑…이의신청 30% 늘었지만 반영률은 2.4%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

올해 전국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에 비해 5.98% 상승한 가운데 시세 9억 원 이상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21.15% 올랐다. 고가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자 이의신청 건수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미 세워둔 공시가격 산정 기준에 근거해 엄격히 검토한 결과라며 단 915건(2.4%)만 의견을 받아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주택 소유자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1383만호의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3월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소유자 의견 청취를 받았으며, 지난 27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다.

조정을 거쳐 결정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률은 5.98%로 의견 청취 전(5.99%)보다 소폭 낮아졌으나 변동폭(-0.01포인트)은 미미했다. 서울은 공시가격 상승률이 14.75%에서 14.73%로 0.02%포인트 낮아졌다. 대전(14.03%), 세종(5.76%), 경기(2.72%) 등도 0.02~0.03%포인트 내려갔다.

시·군·구별로는 강남구가 25.57%에서 25.53%, 서초구는 22.57%에서 22.56%, 송파구는 18.45%에서 18.41%로 0.01~0.04%포인트 내려갔다.

열람 기간(3월 19일~4월 8일) 동안 2757개 공동주택 단지에서 총 3만7410건의 이의신청이 제출됐다. 이는 지난해 2만8735건보다 8675건 늘어난 것으로, 2007년(5만6355건) 이후 13년만에 가장 많다.

특히 고가 주택에 대한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제고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해 미도·쌍용·래미안대치팰리스 등 서울 강남권 아파트 단지의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집단민원 제출이 지난해 1만5438건에서 2만5327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토부는 올해 시세 9억 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가격 구간에 따라 현실화율을 전체 평균(2020년 69%)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9억~15억 원 주택은 작년보다 현실화율이 2~3%포인트, 15억 원 이상은 7~10%포인트 현실화율이 높아졌다.

공시가격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국토부는 이번에 제출된 의견 가운데 총 915건에 대해서만 조정하기로 했다. 상향 조정은 130건, 하향 조정은 785건이다.

의견 수용률은 2.4%에 불과했으며, 하향 조정의 78%는 시세 9억 원 미만의 주택이 대상으로 고가 공동주택 소유자들의 하향 요구는 거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9억 원 이상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의견 제출이 전년보다 증가했다"면서 "사전에 공개된 공시가격 산정 기준에 따라 공시가격(안)에 대해 제출된 의견을 엄격히 검토한 결과 의견 수용률도 대폭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국토부 설명에도 공시가격 산정에 소유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음달 29일까지 진행되는 이의신청 접수도 예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부는 이의신청이 들어오면 재조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신청자에게 알려준다는 방침이다.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주택 소유에 따른 세 부담도 커지게 됐다. 공시가격은 각종 조세의 기준이 되는 지표로, 공시가격이 오르면 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도 늘어난다. 당장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오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면적 84.95㎡는 지난해 보유세가 1123만원이었으나 올해 1652만5000원으로 529만원 가량 오르게 된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도 공시가격 상승(38.0%)으로 올해 보유세를 190만5000원 더 내야 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공시가격이 오른 서울은 2년 연속 보유세 부담이 만만찮을 전망"이라며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부동산 경기 악화와 매수심리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까지 가중되면 향후 주택시장은 거래량 감소와 함께 가격도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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