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사태와 생물무기의 위험성

입력 2020-04-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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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인류 역사상 (사람과 사람 간의)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기원전 430년부터 의문의 역병(현대에 와서 당시 사체의 DNA 분석을 통해 장티푸스라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됐다)이 유행하여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숨졌고, 14세기 유럽에서는 흑사병으로 7500만~2억 명이 희생되었다. 1812년 나폴레옹 군대의 러시아 공격 중엔 장티푸스로 수십만 명이 사망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천연두는 3000년 전에 발생하여 이집트에서 인도로 전파되었으며, 대항해 시대에 유럽 국가들이 세계 곳곳을 개척하면서 널리 퍼졌다. 면역력이 없었던 중남미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은 1520년대 유럽인들이 가져온 천연두로 인해 인구의 90%가 몰살당하였다. 이처럼 천연두는 문명을 멸망시키고 종족을 몰살시킨 전염병의 제왕(帝王)으로 20세기에도 3억~5억 명이 사망하였다. 우리나라도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약 4만3000명의 천연두 환자가 발생하여 1만1000명이 숨졌다.

먼 옛날에는 장티푸스, 천연두, 지금은 코로나19 등의 감염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것을 보며 과거 독일, 일본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의 생체실험 폭거(暴擧)가 생각나게 된다. 생체실험은 주로 전쟁포로를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자행되었다. 나치의 생체실험은 요제프 멩겔레라는 인물이 중심이 되어 유대인, 폴란드인, 소련군 전쟁포로들을 대상으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잔인하게 이루어졌다. 나치 독일의 생체실험 종류로는 말라리아 실험, 질병과 관련된 용액을 투입하여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다 죽는 것을 관찰하는 실험, 독의 효능을 알기 위해 자행된 독극물 실험 등이 있다.

또한, 일본은 세균전을 위해 만주에 설치한 731부대에서 포로와 민간인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으며, 일본 영토 내에서도 생체실험을 실시한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다. 민족 시인 윤동주도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혈액 관련 생체실험으로 사망하였으며, 후쿠오카 교도소에서도 민족주의자 1800여 명이 생체 실험으로 희생되었다. 생체실험을 고발한 영화 ‘마루타’에서는 731부대의 세균감염 실험, 살아 있는 사람의 해부 실험, 동상 유발 실험 등 생체실험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처럼 독일과 일본이 전쟁포로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제네바조약에 의하면 전쟁포로라 할지라도 신체 및 명예를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한 것은 초강력 생물무기를 만들기 위한 기초자료를 구하기 위함이다. 어떤 병균이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이 높으며 병균에 대한 인간의 내성(耐性)은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현재 북한은 콜레라, 천연두, 탄저균 등 13종의 생물학 균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2~3주 안에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2015년 7월 강계 미생물연구소에서 탈북한 연구원이 상당량의 실험 자료를 가지고 망명함으로써 사린과 탄저균 인체실험이 지하실험실에서 행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생물무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생물무기가 핵무기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는 몇 주일 안에 세균을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고 생물무기 확산에 대한 통제가 어려우며, 이를 사용한 국가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이 인류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생체실험을 통한 가공할 위력의 생물무기 이용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와 공조하여 인류사회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는 생물무기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북한의 생물무기에 대해서 한시도 경계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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