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남기 교육행정학회장 “초등 저학년부터 등교…원격 수업 내실 다져야"

입력 2020-05-01 08:00 수정 2020-05-0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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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스말로그 교육’ 활성화할 것”

▲박남기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이투데이빌딩 eT라운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남기 한국교육행정학회장이 28일 서울 동작구 이투데이빌딩 eT라운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정부가 중3·고3부터 순차적으로 등교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사실상 초등학교 저학년생부터 등교시키는 방안이 교육기회균등과 형평성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박남기 한국교육행정학회장(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은 지난달 28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진 등교 개학의 시기와 방법과 관련해 이같이 강조했다.

교육행정 분야 전문가인 박 회장은 최근 원격 수업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가 이끄는 한국교육행정학회는 교육행정 이론을 체계적으로 연구·개발하며 교육 현장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목적으로 1976년에 창립됐다. 현재 교육행정가 등 회원 2000여 명이 소속돼 있다.

한국은 초·중·고교부터 대학·대학원까지 사상 초유의 비대면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모두 합쳐 약 840만 명의 학생이 ‘온라인 개학’을 하고 원격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 현장은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박 회장과 함께 70여 년의 교육 역사상 첫 원격 수업의 의미,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진단했다.

◇중3·고3부터 등교, 고질적인 입시 위주 사고 = 최근 정부는 중3·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등교 개학을 우선 추진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온라인 개학과 마찬가지로 학년별 순차 등교 수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교육의 형평성을 위해서 ‘교육 약자’부터 등교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험생부터 우선 등교시키려는 정부의 계획은 우리나라에 고질적으로 파고든 ‘입시 중심’ 문화를 의식한 등교 방법이란 설명이다.

그는 “사실상 현재 코로나19 사태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 약자’는 온라인 수업을 원활히 받기 어려운 부류”라며 “예컨대 부모가 옆에 붙어있지 않으면 원격 수업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포함해 한 부모 가정, 조손 가정, 다문화 가정의 자녀 등 취약계층 학생들과 기초학력, 학습 동기가 부족한 학생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을 우선 등교시켜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장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스말로그 교육’ 뜰 것 = 박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매너리즘에 빠진 일부 교사에게 자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평소 아무리 수영을 배우라고 해도 하지 않다가 홍수가 나니 어떻게든 배우게 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막상 배워보니 재밌고 좋은 점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의 활용은 계속해서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부모의 원성이 높아도 꿈쩍 않고 버티는 교사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전면 공개되니 ‘공개 수업’ 이나 다름없게 됐다”면서 “열의 있는 교사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성의 없는 교사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박 회장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말로그 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말로그 교육은 스마트 교육과 대면(아날로그) 교육을 결합한 합성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고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해도 교사가 온라인 자료를 계속 제공하고,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메신저로 계속 소통하는 ‘스말로그 교육’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교사들 스스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디지털 역량을 기르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 회장은 스말로그 교육이 취약 계층의 학력 저하로 이어지는 상황이 오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대책으로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9월 학기제, 실효성 없는 제도” = 박 회장은 일부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계속 제기되는 ‘9월 학기제’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9월 학기제는 학기 시작 일을 현행 3월에서 9월로 옮기고, 이에 따라 학사일정을 조정해 긴 여름방학과 짧은 겨울방학을 확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1997년 김영삼 정부, 2007년 노무현 정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박 회장은 “몇십 년간 논의하고도 실현하지 못한 9월 학기제를 코로나19 국면을 맞아 도입한다는 게 맞는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면서 “인위적으로 학사일정을 조정한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8년 9월 학기제 전환 시 23조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했었는데, 이 예산을 산적한 교육 문제 해결이나 온라인 교육 여건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9월 학기제 도입은 단순히 새 학기를 가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리듬 자체를 바꾸게 되는 정책”이라며 “유럽과 미국 등이 9월 학기제를 처음으로 도입하게 된 역사와 문화적 배경, 효과, 문제 등에 대해 더 깊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를 원격 수업 원년으로…‘K교육’ 기대 = 박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격 수업의 첫발을 내디뎠으나 원년으로 삼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등에서 4차 산업혁명 이후의 교육에 대해 말만 있었지 실질적인 투자는 없었다”며 “이번 원격 수업을 계기로 서버 증설과 인프라 구축 등 정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래형 원격 교육에 대해 무게감 있는 정책을 발표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스마트 교육 추진 전략’이 마지막이다.

박 회장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처럼 원격 수업을 교육 현장에서 모두가 경험하는 지금이야말로 에듀테크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는 등 스마트 교육 분야를 성장시킬 적기”라면서 “원격 수업으로 확인된 교사들의 역량을 보면 ‘K교육’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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