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통계로 경제 읽기] 팬데믹 경제성장률 韓·美·中의 차이

입력 2020-04-30 17: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경제학박사, 전 통계개발원장

코로나19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경제에도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어느 나라에서는 방역을 위한 엄격한 통제조치에 대해 “병에 걸려 죽기 전에 먼저 굶어 죽을지 모른다”며 국민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도 외신을 통해 들어온다.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4%라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의 -3.3%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1.3%로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이 역시 2009년 3분기의 0.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심대한 타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6.8%라고 발표하였는데, 이는 전 분기의 6.0%보다 12%포인트 이상 급락한 것이라 한다. 미국도 마이너스 성장의 수렁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4.8%로 나타났으며, 재닛 옐런과 벤 버냉키 두 전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3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는 비록 성장률이 낮아졌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는 그래도 사정이 좀 나은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상의 통계에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1분기 우리나라 성장률 -1.4%(전 분기 대비)나 중국의 -6.8%(전년 동기 대비)에 비해 미국의 1분기 -4.8%, 2분기 -30% 이상이나 예상되는 엄청난 마이너스 성장 예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특히 1분기의 경우 미국은 우리나라나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코로나19의 영향권 밖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성장률이 나쁘게 나왔을까?

이는 비교시점에 대한 통계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이다. 분기별 경제성장률을 계산할 때는 비교 시점을 전년 동기(前年 同期)로 하느냐, 아니면 전기(前期)로 하느냐, 그리고 전기 대비로 할 경우 단순 성장률로 하느냐 아니면 연율(年率)로 환산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미국은 전기 대비 연률 성장률을 기본 지표로 하며, 우리나라는 전년 동기 대비 및 전기 대비 성장률 모두를 발표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6.8%라는 중국의 성장률은 미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45% 정도 되는 엄청난 마이너스 성장이며, 미국의 1분기 성장률 -4.8%는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아마 0.5% 내외의 근소한 플러스 성장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비교시점과 방법을 달리할 경우 성장률은 숫자상으로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전년 동기 대비 올해 1분기 성장률을 계산할 경우 전년도 2·3·4분기의 성장률이 올해 1분기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올해 1분기의 실적이 나쁘더라도 작년 2·3·4분기의 실적에 의해 그것이 희석된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의 실적과 올해 1분기의 실적만을 비교하여 성장률을 계산한다. 그러므로 1분기의 실적이 악화되었다면 이것이 고스란히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되는데, 그렇지만 이것은 올해 1분기라는 3개월간의 경제성장률이다. 1분기의 성장률이 2·3·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가정하여 계산한 것이 전 분기 대비 연율 성장률이다. 그러므로 전기 대비 연율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성장률에 4를 곱한 숫자가 된다.

그러면 이러한 경제성장률 계산방식 가운데 어느 쪽이 합리적일까? 그것은 일의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각각 장단점이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방식은 경제 전체가 전반적으로 작년에 비해 어느 정도 발전하였는지 이해하기 쉽게 하며, 전기 대비 방식은 분기별로 시시각각 변하는 경기변동을 민감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리고 경제가 안정적일 때는 이 두 방식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이 외부적 충격에 의해 경제가 수시로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계산방식에 따라 숫자로 표시되는 성장률은 현격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통계 수요자들이 경제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두 가지 방식의 성장률 모두를 발표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계산방식이 어떻든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후 세계경제의 회복 전망에 대해서는 V자형, U자형, L자형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V자형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후 경제가 급반등한다는 것이며, U자형은 얼마간의 정체가 지속된 후 서서히 회복한다는 것이며, L자형은 사태가 종식되더라도 침체가 장기적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필자는 V자형의 급반등을 예상하고 있는데, 필자의 전망이 맞았으면 좋겠다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교통비 또 오른다?…빠듯한 주머니 채울 절약 팁 정리 [경제한줌]
  • 기본으로 돌아간 삼성전자…'기술-품질' 초격차 영광 찾는다
  • "비트코인 살 걸, 운동할 걸"…올해 가장 많이 한 후회는 [데이터클립]
  • 베일 벗은 선도지구에 주민 희비 갈렸다…추가 분담금·낮은 용적률이 ‘복병’[1기 선도지구]
  • [2024마켓리더대상] 위기 속 ‘투자 나침반’ 역할…다양한 부의 증식 기회 제공
  • 어도어ㆍ빅히트, 쇄신 바람 불까…위기 속 등장한 '신임 대표'들 [이슈크래커]
  • “117년 만에 폭설도 못 막지”…올림픽파크포레온 1.2만 가구 입주장 개막에 '후끈' [르포]
  • 목소리 높이는 소액주주…상법개정안 가속 페달 달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1.2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0,501,000
    • +1.17%
    • 이더리움
    • 4,788,000
    • +2.13%
    • 비트코인 캐시
    • 700,500
    • +3.17%
    • 리플
    • 1,979
    • +1.85%
    • 솔라나
    • 326,500
    • +0.9%
    • 에이다
    • 1,367
    • +4.59%
    • 이오스
    • 1,118
    • -0.97%
    • 트론
    • 279
    • +2.95%
    • 스텔라루멘
    • 675
    • +6.1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100
    • +1.2%
    • 체인링크
    • 25,450
    • +7.7%
    • 샌드박스
    • 866
    • -0.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