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된 ETN시장…4월 거래액 역대 최대 기록

입력 2020-05-03 09:51 수정 2020-05-03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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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시장 개설 이후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파생 금융상품으로 개발된 ETN이 묻지마 투자로 변질되면서 매매 수요가 급격하기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ETN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412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4년 11월 ETN 시장이 개설된 이래 가장 큰 금액으로,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에 무려 20배 늘어난 규모다.

당초 올 2월까지만 해도 ETN 시장의 월별 일평균 거래대금은 358억 원에 그쳤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 3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243억 원으로 크게 늘었고, 4월 들어선 4000억 원을 넘기며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19여파로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급등락을 오가면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연계 ETN을 중심으로 투기적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ETN 시장 거래대금이 하루 8950억 원으로 거의 1조 원에 육박하며 일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달 6일 원유 선물 연계 ETN 14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은 8551억 원에 달했다. 이날 전체 거래대금의 96% 수준이다.

거래가 몰리자 가격 왜곡 현상도 발생했다. 유가 급락으로 지표가치가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투자자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 지표 가치 대비 ETN 시장가격이 터무니없이 부풀어진 것이다.

특히 WTI 선물 가격의 일간 등락률을 2배로 추종하는 WTI 원유 선물 레버리지 ETN의 경우 괴리율이 지난달 한때 1000%에 육박하며 지표가치 10배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에 거래소는 “투자자가 ETN을 지표가치보다 비싸게 매수하면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투자에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원유 선물 ETN 매매를 이어가면서 투기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의 ETN 순매수 상위 10위 종목 가운데 9개는 원유 선물 ETN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순매수 상위 1위인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경우 지난달 주가가 79.67% 폭락했고 2위인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역시 53.09%나 떨어졌다.

이외에도 ‘미래에셋 리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55.67%)과 ‘신한 WTI원유 선물 ETN(H)’(-52.14%) 등도 급락하면서 개인 매수 상위 10종목의 지난달 평균 수익률은 -36.78%에 그쳤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ETFㆍETN 등 상장지수상품(ETP)의 가격은 결국 순자산가치(NAV)라는 기준 가격으로 수렴하게 되므로 기준 가격 대비 고평가된 ETP의 경우 가격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평가된 ETN을 비싸게 매수한 뒤 향후 괴리율이 좁혀지며 가격이 하락할 때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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