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한 기자단 간담회에서 “5월에 배드뱅크를 설립하고, 6월에 라임자산운용 제재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배드뱅크 설립과 더불어 분쟁 조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쟁조정국은 이달 초부터 시작한 라임 펀드 판매사 대상 현장조사를 지난달 29일 완료했다. 현장에 나갔던 직원들은 이날 조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복귀했으며, 분쟁조정국은 4일부터 현장조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법률 검토를 시작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먼저 1차로 법률 검토를 받은 뒤, 현장조사 결과를 정리해서 2차 법률 검토를 의뢰할 예정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 내부 위원들과 외부 법무법인에서 관련 사항을 동시에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분쟁조정국과 자산운용검사국 등이 참여한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무역금융펀드의 불완전판매 및 사기 혐의를 조사했다. 먼저 무역금융펀드 운용, 설계를 주도한 라임과 신한금융투자가 1차 조사 대상이 됐다. 그 다음 판매사인 은행을 대상으로 2차 조사, 증권사를 대상으로 3차 조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신한금투는 한 달 내 금감원 조사를 두 번이나 받았다.
현장조사단은 해당 조사에서 판매사가 불완전판매와 사기 행위에 어디까지 가담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조사단이 불완전판매, 사기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에 따라 분쟁조정을 통한 피해자들의 배상비율이 달라지기 때문에 금감원도 현장조사 결과를 신중하게 살펴보고, 몇 차례의 법률 검토도 거친다는 입장이다.
현재 라임 투자자들은 판매사들이 투자 대상 및 방법, 수익구조 및 수익률, 운용성과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은 검찰이 임 모 전 신한금투 부사장을 구속기소할 때 언급한 사기혐의,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내용도 법률 검토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배드뱅크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금감원 주도하에 라임 판매사들은 배드뱅크 설립을 위해 지난달 3차 회의까지 열었지만 몇몇 판매사가 불참 의사를 밝히고, 배드뱅크가 설립되더라도 개인투자자 회수율이 희박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원장은 “라임자산운용이 계속 펀드를 쥐고 있기보다는 이관해서 정리하는 게 맞다. 배드뱅크 방식이 적절해 보이며 운영 주체가 바뀌어야 보다 깨끗하고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판매사 간 약간 이견이 있지만 5월 중에는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