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강남 불패'… 거래 끊기고 집값 1억~3억 '뚝'

입력 2020-05-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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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정부 부동산 규제 기조 유지 우려 겹쳐… 매수심리 위축

#. 철옹성과 같이 여겨지던 서울 강남 집값이 최근 심상치 않다.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21㎡형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 27억9500만 원에서 지난달 말 25억2500만원으로 넉 달 새 2억7000만 원(9.6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84㎡형도 매매값이 30억 원에서 29억 원으로 1억 원이 빠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 역시 20억6000만 원에서 18억8500만 원으로 1억7500만 원(8.50%) 내렸다.

서울 아파트값이 1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주택 거래량도 감소세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맞물려 강남권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감정원과 KB부동산 등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평균 8억7379만 원으로 조사됐다. 전달 8억7686만 원에 비해 307만 원 내렸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는 가격)은 4월 현재 8억3665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3월 8억3937만 원 대비 272만 원 떨어진 수치다.

이 기간 아파트를 포함한 서울 주택의 매매가격은 0.02%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상승세가 10개월 만에 돌아선 것이다. 특히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 아파트값 낙폭이 커지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시세 하락을 이끌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에도 꼿꼿이 버티던 노원구와 영등포구, 강서구 일대 집값도 최근 하락 대열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강남권에서 시작된 집값 하락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중 4월 마지막 주(27일 기준) 아파트값 변동률이 전주 대비 하락한 지역은 노원(-0.02%)ㆍ영등포(-0.03%)ㆍ강서구(-0.01%) 등 3곳이다.

강남 집값 하락은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으로 시가 15억 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면서 강남권 주택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 때 많이 올랐던 강남권 아파트 단지들이 이제 가격 하락세를 주도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아파트 거래시장도 얼어붙었다. 5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계약일 기준)는 1459건으로 전월(4409건)에 비해 약 33% 선에 머물렀다. 이는 2019년 2월 (1455건)이후 최저 거래량이다. 전년 동월(2019년 4월) 3040건에 비해서는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월 6476건, 2월 8288건, 3월 4409건을 기록했으나 4월 들어 급감했다.

강남권에서는 강남구가 지난 3월 136건에서 4월엔 60건으로, 서초구는 114건에서 33건, 송파구는 146건에서 48건으로 줄었다. 송파구 잠실동 한 중개사는 "보유세 강화 회피 매물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 유지 전망까지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주택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U자형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진단한다. 향후 1~2년간 시장이 급락한 후 점진적인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서울의 아파트 매매값은 2008년 9월부터 2013년 9월까지 5년간 9.1% 떨어졌다. 고점으로 되돌아오는 데 3년 1개월이 소요됐다. 강남의 경우 아파트값이 2008년 5월부터 2013년 8월까지 11.8%가 빠졌고, 이를 만회하는 데 약 3년이 걸렸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서울 집값 하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진 점을 고려할 때 당분간 가격 우하향 추세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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