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빚, ‘공짜 점심’은 없다

입력 2020-05-05 12: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주혜 자본시장2부 기자

모두가 위기라 말한다.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위기’라는 부정적 꼬리표가 지나칠 정도로 많이 쓰인다. 예외가 아닌 정상적인(?) 상황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기라는 말이 남발되다 보니 이제는 기업도 외부 경고에 면역이 생긴 것 같다.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 원), P-CBO(6조7000억 원),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정부 지원에 ‘돌다리도 두드리던’ 기업들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어차피 힘들어지면 정부가 지원해 줄 텐데…. ‘물들어 올 때 노 젓자’라는 분위기가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가 전한 기업 자금조달 시장의 분위기다. 앞뒤 안 가리고 빚내서 곳간을 채우려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4월 위기설’은 기업들이 장사를 잘해서가 아니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의 자금 투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기업들에 긴급 수혈한 덕분이다. 실제 4월 회사채 발행시장에서 수요예측 목표액에 매수 주문이 미달하는 사례는 신용등급 ‘AA-’인 한화솔루션 외에 없었다.

회사채 발행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저금리로 인한 회사채 호황은 그간 기업들의 신규 투자에 자금 조달을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지나친 차입이 기업의 안위를 위협하는 일은 되새겨봐야 한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기업의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100%에 이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 기구는 “이는 주요 20개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중소기업 부채의 약 40%는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기업 살리기에 정책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기업지원 확대는 무작정 돈을 퍼주는 식이 돼선 곤란하다. 예산 집행 시 비효율과 낭비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 제로베이스에서 엄정 평가, 실효성 있는 곳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무임승차’ ‘공짜점심’은 바람직하지 않다.

“몸에서 열이 나면 병이 나고 심하면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기업에 있어서 차입금은 우리 몸의 열과 같다. 과다한 차입금은 만병의 근원이다.” 무차입경영으로 IMF 위기를 어려움 없이 이겨낸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남긴 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재명, '위증교사 1심 무죄'..."죽이는 정치 말고 살리는 정치 해야"
  • "여보! 부모님 폰에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 해드려야겠어요" [경제한줌]
  • 갖고 싶은 생애 첫차 물어보니…"1000만 원대 SUV 원해요" [데이터클립]
  • 농심 3세 신상열 상무, 전무로 승진…미래 먹거리 발굴 힘 싣는다
  • ‘아빠’ 정우성, 아이 친모는 문가비…결혼 없는 양육 책임 뒷말 [해시태그]
  • 논란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인선…막후 권력자는 당선인 아들
  • 국민연금, 삼성전자 10조 ‘증발’ vs SK하이닉스 1조 ‘증가’
  • "권리 없이 책임만" 꼬여가는 코인 과세…트럭·1인 시위 ‘저항 격화’
  • 오늘의 상승종목

  • 11.2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2,791,000
    • -0.21%
    • 이더리움
    • 4,813,000
    • +5%
    • 비트코인 캐시
    • 704,000
    • +1.22%
    • 리플
    • 2,008
    • +7.55%
    • 솔라나
    • 336,000
    • -1.44%
    • 에이다
    • 1,379
    • +2.6%
    • 이오스
    • 1,136
    • +1.97%
    • 트론
    • 276
    • -2.47%
    • 스텔라루멘
    • 709
    • +8.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000
    • +2.98%
    • 체인링크
    • 25,250
    • +9.83%
    • 샌드박스
    • 1,013
    • +30.8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