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전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데 대해 “상당한 증거가 있다”면서 “확증을 얻기 위해 정보기관이 검증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때리기에 나선 가운데 가세한 것이다. 트럼프는 주말 폭스뉴스와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도 이를 덮으려 했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곧 내놓을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이날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서 약속한 2000억 달러(약 245조1000억 원) 규모의 미국 상품 구매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시점에 무역협상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 수위가 높아지자 중국도 발끈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4일자 사설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격분했다. 이어 “폼페이오가 많은 증거가 있다고 했는데, 전 세계에 분명히 보여달라”면서 “물론 증거를 보여줄 리 없다. 폼페이오는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잘 알 것”이라고 응수했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진자 최다 발생국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응 부실이 재차 도마에 오르자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실책을 가리고자 ‘중국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신히 휴전에 들어간 무역전쟁의 재발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그동안 중국 편향 논란을 빚었던 세계보건기구(WHO)마저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우한 발원설’에 대해 WHO는 “증거를 내놓으라”며 또 노골적으로 중국 편을 들고 나섰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4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받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주장은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도 “코로나19에 대한 1만5000개의 유전자 배열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모두 자연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미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WHO는 미국이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후 트럼프의 재고를 바란다며 잠시 꼬리를 내리기도 했지만, 이날 작심 발언으로 미·중 간 갈등에 부채질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