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라임사태 왜 못 막았나”…감사원, 금감원 책임 묻는다

입력 2020-05-07 05:00 수정 2020-05-0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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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금감원 본감사 유력…윤석헌 원장 거취 전환점

감사원이 DLF(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라임 사태와 관련해 관리 소홀 지적을 받아 온 금융감독원에 대해 본 감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자 2월 말부터 잠정 중단했던 금융감독원 현장 조사를 재개했다. 지난주 감사관를 파견해 자료 수집 등 감사 준비 단계에 필요한 업무를 개시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이번 주까지 자료 수집을 마친 뒤, 이달 말까지 본 감사 관련 일정을 수립할 예정이다. 올해 금감원은 감사원의 연례 감사와 시민단체가 신청한 공익감사 등 두 건의 감사를 앞두고 있어, 감사 진행 과정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사원 감사가 윤석헌 금감원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윤 원장은 다음달 8일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얼마 전 자리에서 물러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하마평에 오르는 등 금감원장 교체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만약 이번 본 감사에서 금감원의 관리 부실 책임이 명확히 드러날 경우, 지지부진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보상 문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윤 원장이 사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감사원, 금감원 현장조사 재개… 이달 본 감사 유력 = 감사원은 코로나19로 두 달간 중단했던 출장업무를 재개하면서 지난주 금감원에 현장 조사 직원을 파견했다. 이번 현장 조사는 본 감사에 들어가기 전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으로 감사원은 DLF사태, 라임사태 등 금융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경위와 해당 상품의 불완전판매 관련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대규모 금융 사고의 배경으로 금감원의 부실한 관리·감독 능력이 언급되면서 적정한 관리·감독 여부도 주된 감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2월 달에 감사 직원들이 본 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현장 조사에 나갔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부 철수했다. 이번 현장 조사는 2월 말에 마무리 짓지 못한 현장 조사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아직 본 감사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보통 본 감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감사원 내부 결재를 거쳐야 하는데 금감원 감사와 관련된 결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으로 본 감사에 필요한 자료 수집은 마친 상태"라고 했다.

금감원은 올해에만 2건의 감사가 예정돼 있어 본 감사에 들어갈 경우 감사 과정이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감사원 연내 감사계획에 금융당국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가 포함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에는 DLF피해자비상대책위원회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금감원을 대상으로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했다. 당시 시민단체는 금감원이 금융사들의 투자자 보호 조치가 미흡함을 인지했음에도 부실한 감독으로 DLF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특히, 라임사태에 금감원 전 팀장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련 부서의 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내부 감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해당 팀장은 지난해 2월부터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근무할 당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라임자산운용의 몸통으로 알려진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 관련 내부 정보를 누설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감기관으로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입장이 아니다. 다만, 보통 감사원 본 감사가 시작되면 감사원에서 직원 10명 정도가 파견되기 때문에 미리 사무실을 마련해 두는데, 아직까지 감사와 관련된 어떠한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통보도 받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윤석헌 원장 취임 2주년 앞두고 교체설 무성 = 최근 3명의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던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김 전 차관이 금감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취임 2년 차를 앞둔 윤 원장은 아직 임기가 1년 남았지만 임기 동안 DLF사태, 라임사태 등 굵직한 금융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으로 사퇴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의미다.

금감원은 DLF사태가 터지기 전 미스터리 쇼핑 등 사전 감독을 통해 불완전판매 요소를 인지한 상황이었고, 라임사태가 발생하기 전 금융회사들의 횡령·배임 혐의를 알고 있었음에도 적극적으로 관리 감독에 나서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그럼에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만 강도 높은 제재와 검사를 받고, 금감원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재개된 감사원 감사는 관리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윤 원장에게 치명적이란 분석이다. 윤 원장은 취임 이후 금융 소비자보호 강화에 힘쓰면서 정부의 금융 정책과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듯 보였지만 막상 금융 사고를 예방하지 못해 금융 소비자의 피해를 키웠고, 피해를 제때 수습하지 못 하는 등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 때문에 정부가 윤 원장에게 사퇴 압박을 주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오수 전 차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금감원장으로 올 수도 있다는 말이 돌았지만 최근에는 교체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금감원 내에서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논의됐던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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