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정비창 8000가구 공급 계획'이 발표되면서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도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논의가 멈춰선 지 2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코레일 용산역 철도 정비창 부지에 8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웬만한 중형 택지지구 규모와 맞먹는다. 용산역 정비창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서울 도심에 7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국토부는 용산역 정비창의 경우, 내년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마치고 이르면 2023년 입주자를 모집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통상적인 주택 건설 공정을 고려하면 2026년께 도시 모습을 갖추고 입주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은 "주택 8000호 가운데 절반은 공공주택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민간에 매각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날 발표한 주택 공급 부지 18곳 가운데 용산역 정비창이 유독 관심을 끄는 건 이 부지가 가진 잠재력과 우여곡절 때문이다. 용산역 정비창 부지는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부지 가운데 핵심이었다. 국토부 전신인 건설교통부는 231조 원을 투입해 용산역과 서부이촌동 일대 56.6㎡에 금융ㆍITㆍ관광 중심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개발사업 중 최대 규모였다는 점에서 관심이 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면서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은 기울기 시작했다. 자금난으로 민간 투자사가 잇달아 이탈하면서 2013년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용산역 정비창 부지가 지금까지 빈 땅으로 남아있는 이유다. 2018년 박원순 서울시장은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을 그해 하반기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국토부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용산역 일대 개발은 지금까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선 이번 발표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다시 탄력을 얻었다고 평가한다. 국토부가 용산역 정비창 부지에 주택과 함께 도시기반시설ㆍ업무시설ㆍ상업시설 등을 함께 조성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계획에 따르면 정비창 부지 가운데 30~40%는 주택 건설에 쓰이고 나머지 부지는 이들 시설을 마련하는 데 공급된다.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정비창 부지는 고밀ㆍ고층 개발이 가능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공공주택 공급이라는 명분을 정부에 주고 실질적인 국제업무지구 사업 재개라는 실리를 취했다는 게 부동산업계 평가다. 박 차관도 "과거 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이 다시 재개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은 벌써 들썩인다. 민간에 매각되는 4000가구가 분양되면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 있는 '역대급 로또 아파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만큼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아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용산역 전면에 분양한 '래미안 용산 더 센트럴'과 '용산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는 현재 3.3㎡당 5000만 원에 거래되며 서울의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로 자리 잡았다.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한때 용산역 정비창과 국제업무지구 부지로 함께 묶였던 서부이촌동이 대표적이다. 서부이촌동은 용산역에서 한강 방면으로 나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만큼, 정비창 부지가 개발되면 함께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박원순 시장이 용산 개발 재추진을 시사한 2018년에도 이촌동 집값은 1년 동안 25.6% 급등했다.
한강로2가에서 나이스공인중개사를 운영하는 황명자 대표는 "공공분양 아파트가 많이 들어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고객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객은 정부 주도로 일대를 개발하다 보면 지역이 빨리 고급화되고 깨끗해지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서부이촌동 아파트 매수 문의가 많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