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영 당선인 “국내 ICT 문제는 '불균형'…규제 완화해 균형 맞춰야”

입력 2020-05-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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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느낀 우리 ICT 업계의 가장 큰 문제는 ‘불균형’이다. 적절한 규제 개혁을 통해 ICT를 비롯, 벤처ㆍ중소기업계의 중심을 잡아가겠다.”

이영 미래한국당 당선인은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투데이와 만나 이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를 대변할 유일한 사람으로 꼽힌다. 데이터보안업체 ‘테르텐’을 창업해 20여 년간 이끌어온 현장 출신이자,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등 업계를 대표해본 적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부담도 상당하다.

이 당선인은 ”여러 선배들의 제안을 받고 4차 산업혁명의 모멘텀인 지금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 것도 귀한 기회라 생각해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며 ”막상 당선이 되고 나니 축하인사 만큼이나 ‘유일하다’, ‘잘 대변해달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ICT 업계의 문제점으로 ‘불균형’을 꼽았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특히 크다는 것.

이 당선인은 “2018년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IT 관련 중소기업이 20년 이상 생존할 가능성은 0.3%에 불과하다”며 “소기업 중심 소프트웨어 시장과 대기업 중심 하드웨어 시장의 격차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 주도 혁신은 강력하긴 하지만 인공지능(AI)·빅데이터·블록체인에 연구개발(R&D) 자원이 쏠려 있다”라며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경우나 짧은 시간 동안 자원을 퍼부어야 하는 경우를 나누지 않고 강하게 끌어당기기만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ICT 발전을 위해선 그 무엇보다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 당선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산업계와 정치계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시장을 키워 하드웨어 시장과 융합한다면 지금보다 더 큰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세대 벤처인으로서 규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당선인은 “1990년대 후반의 벤처붐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이 벤처기업을 세워 기술적 트렌드를 바꿔나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지금도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세대가 붐을 일으키려 하고 있지만 다양한 규제가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은 “지금은 ‘썸띵 뉴’가 필요한 시대가 아니다”며 “규제를 해결해 밑에서부터 활력을 받는, 사회가 진짜로 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정부의 ‘제2벤처붐’ 정책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벤처업계 내부의 동력이 크지 않은 상황인 만큼 규제 완화를 통해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단 것이다.

이 당선인은 “보통 ‘붐’은 산업계에서 먼저 시작하고, 여기에 정부가 화력을 집중해 가속도가 붙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일어난다”며 “현재 우리나라 경기도 좋지 않고 ‘청년 실업률도 높은데, 억지로 벤처 붐이 얼마나 일어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작은 정부’로서 벤처 활성화를 위해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만큼, 국내 ICT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책은 필요하단 입장이다.

그는 “자본이 충분한 대기업은 버틸 수 있지만 혁신 역량을 갖춘 기업이 현금이 부족해 고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어느 정도 어려운 시기를 지날 수 있는 지원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성 벤처인으로서 여성의 창업 환경을 개선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금 여성 벤처기업은 업계에 10% 수준”이라며 “여성 벤처 생존율이 투자 대비 낮다”고 지적했다.

이 당선인은 이런 상황을 “멀리서 보면 푹신한 잔디밭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풀이 엉켜 있는 상태”라고 빗댔다. 여성 벤처인들의 사정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사업을 이어나가기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미다.

그는 “성공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여성들이 창업이란 게임에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며 “의사결정권자 대부분이 남성이고 젠더적인 이해도가 높지 않은 유교적인 사회시스템이 여성 창업인들을 완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20~30대 기술창업 비중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경력단절 여성들이 재창업하던 과거와 달리 이공계 출신으로 바로 창업에 나선 젊은 벤처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1호 법안’에 대해 묻자 이 당선인은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당 내부에서도 언론에서도 ‘1호 법안’에 대해 많이 물으시는데 그러다보니 이 법안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다”며 “저는 법안을 만들어 본 사람도, 관련 일을 해본 사람도 아니라 성급하게 법안을 발의하기 보다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 법안을 제시하기보단 산업 현장에서 오랜 숙원사업처럼 생각해온 문제들과 현안을 법안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사업가였던 만큼 실제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장 감각을 살려 중소·벤처기업계 당선자들과 적극 협업하겠단 계획도 빼놓지 않았다. 이 당선인은 “당연히 협업할 것”이라며 “당보단 ‘하나의 대한민국’이란 생각으로 협업하고 솔루션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정치적인 생태계보단 ‘업계인’으로 평가하는 만큼 국회 안팎, 여야를 초월해 협력할 것”이라며 “기술 또는 벤처기업에 관한 모임을 조직해야겠단 구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년 뒤 ‘국회 밖’에서 칭찬 받는 국회의원이란 평가를 듣고 싶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ICT·벤처·여성 등 그가 속했던 업계의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데 집중하겠단 포부다.

이 당선인은 “여성으로서, 과학기술 업계인으로서, 벤처인으로서 국회에서 일을 해나간다면 임기 말미엔 국회 밖, 제가 속한 업계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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