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0일 특별연설에서 ‘경제’라는 단어만 19번을 사용했다. ‘위기’라는 말도 15번이나 했다. 둘을 합치면 경제위기가 된다. 대책으로 제시한 ‘선도’는 8차례다. 현시점을 관통하는 키워드인 ‘코로나’와 ‘방역’은 각각 6번과 5번으로 상대적으로 적었고, 북한은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남북’이라는 표현에서 절반만 나왔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의 머릿속은 경제에 대한 걱정으로 꽉 차 있고, 경제 활성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대책이라는 걱정 거리와 한반도 평화라는 이상적 지향점보다 먹고사는 문제에 관한 걱정이 더 크다는 의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방역이 경제의 출발점이지만, 방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경제위기 극복에 관한 메시지에 전체 연설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대통령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지금의 경제 위기는 100년 전 대공황과 비교되고 있다”고 했다. “실직의 공포가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을 넘어 정규직과 중견기업, 대기업 종사자들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경제 전시상황’으로 표현했다.
대책으로는 ‘한국판 뉴딜’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 투자”라고 했다. 5G 인프라를 조기 구축하고 데이터를 수집ㆍ축적ㆍ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며, 의료ㆍ교육ㆍ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시와 산단, 도로와 교통망, 노후 SOC 등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스마트화하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도 적극 전개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 후 디지털 경제는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질의에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입력하고, 수집하고, 정리하고, 축적하고, 활용하는 작업에 인력이 직접 해야 하는 작업이 생겨나게 된다”면서 “그 자리를 대폭 마련해 고용 위기에 대응하고 대한민국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나라가 되겠다고 하는 게 일자리 뉴딜”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다음 달 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포스트 코로나 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윤곽을 내놓을 예정이다.
해외 진출 기업의 유턴과 해외 첨단산업, 투자 유치도 들고 나왔다. 문 대통령은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혁신벤처와 스타트업이 주력이 돼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도약시키겠다”고 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가 한국에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투명한 생산기지가 됐다. 세계는 이제 값싼 인건비보다 혁신 역량과 안심 투자처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의 유턴과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해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