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ICK·팩트셋이 전 세계 5500개 상장사(금융 제외)의 올해 1분기 결산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보유 자금은 사상 최고치인 3조7000억 달러(약 4499조 2000억 원)로 1년 전보다 15% 증가했다. 이는 1분기 평균 월 매출의 2.4개월분으로 0.4개월 치 늘어났다. 매출액이 5%가량 줄어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수중에 자금이 불어났다.
유이자부채는 11조4700억 달러로 약 10% 증가, 자기자본을 초과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없던 일이지만, 시장은 신용 리스크가 의식되는 국면에서는 용인된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매출은 급감하는 반면, 고정비용 등을 비롯한 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자금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됐다. 각국 중앙은행이 이례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나서는 가운데, 자금 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차입을 통한 자금 확보 사례도 나온다.
미국 코카콜라는 올해 1분기에 80억 달러를 조달, 보유 자금을 176억 달러로 늘렸다. 존 머피 코카콜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진행 중인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설비투자를 일시 중단한다”고 밝히는 등 유동성을 높게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업종별로는 전 세계에 공급망을 두고 있는 자동차(2.6개월분), 기계(2.9개월분)가 각각 0.8개월분 늘렸다. 항공·운항업계의 경우 0.4개월분 늘기는 했으나, 보유자금은 2.2개월분에 머물렀다.
회사채 매입 한도 확대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에 따라 기업들의 자금 조달은 한층 수월해졌다. 4월에 미국의 보잉은 총 250억 달러, 델타항공은 35억 달러의 회사채를 각각 발행했다. 미국 기업의 4월 회사채 발행액은 2294억 달러로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기업의 보유자금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중앙은행으로부터 기업에 자금이 공급되더라도 코로나19 감염 확산세가 진정되고, 고용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요는 회복되지 않는다. JP모건자산운용의 시게미 요시노리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공장 가동률이 돌아오려면 3년 정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