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TSMC를 유치하라”...미국 이어 일본도 반도체 자급자족 극비 프로젝트

입력 2020-05-11 14:30 수정 2020-05-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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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성, 외자 유치 극비 프로젝트…한일 갈등·코로나 팬데믹이 계기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 로고가 대만 신주시에 있는 본사 안에 놓여져 있다. 신주/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 TSMC 로고가 대만 신주시에 있는 본사 안에 놓여져 있다. 신주/로이터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일본도 반도체의 자급자족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미국 인텔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대만 TSMC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메이커의 생산·개발 거점을 자국으로 유치하는 극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11일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가 보도했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서구에서는 중국을 견제해 외국 자본에 의한 자국 기업 인수 방어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해 외자 유치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외연 상으로는 외자 유치 프로젝트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본 반도체 업체의 ‘자국 내 유턴’과 인텔·TSMC 같은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를 일본으로 불러들인다는 게 핵심이다. 해외 대형 반도체 업체의 최첨단 공장을 일본에 건설케 하면, 이들 업체에 부품과 장비를 납품하는 업체도 일본으로 따라오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도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자 인텔, TSMC와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삼성전자의 현지 파운드리 생산 확대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세계 1위와 3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그동안 아시아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생산의 자급자족에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선진국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국 내 공급망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제조업의 자국 내 회귀와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한 고위 관리는 다이아몬드에 “이미 일본에서 글로벌 메이저 반도체 생산업체는 거의 사라진 상태여서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소재·장비업체가 해외로 나가는 흐름을 멈출 수 없다”며 “외국기업 유치로 최첨단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언했다.

다만 일본의 상황은 미국과는 좀 다르다.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는 코로나 사태 이전에 지난해 한·일 갈등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과거사 문제의 영향으로 일본은 불화수소 등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해 대한국 수출을 규제했는데, 그 과정에서 일본 기업들의 삼성전자 등 한국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다 중국 기업들도 영향력을 키우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커졌다. 한 마디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비 제조업체들은 한국과 중국, 대만에서 납품을 받으며 지금까지 국제 경쟁력을 발휘해온 것이다.

이는 기업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일본 정부가 결코 방관할 수 없는 문제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주요국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과 한·일 갈등 모두 배경에는 반도체가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이처럼 전 세계에 분열이 높아지는 시점에 일어났다. 코로나 사태로 사람이나 물건의 물리적 이동이 아예 제한되는 ‘글로벌 봉쇄’ 상황이 빚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지키려는 경향이 심해졌다.

특히 주요국들은 코로나19 불황에서 가장 먼저 벗어나고 있는 중국을 경계하고 있다. 일본의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국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기업, 더 나아가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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