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발행한 물품구입(교환)권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됐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A 씨 등 27명이 B 버스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B 사 소속 노동조합은 1998년 운행 버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면서 운전직 근로자에게 담배, 장갑, 음료수 등 명목으로 일비 1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2012년 낡은 CCTV를 교체하면서 교체 기간에는 5000원을 지급하고, 교체 후에는 실비변상 조로 일비 1만 원에 해당하는 회사 발행 구내매점용 물품구입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B 사는 운전기사들에게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 주휴수당, 연차수당 등을 산정하면서 CCTV수당이 제외된 일당액을 기초로 삼았다.
전·현직 운전기사인 A 씨 등은 CCTV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각종 수당과 퇴직금을 재산정해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에서는 현금이 아닌 CCTV 교체 후 지급한 물품구입권도 통상임금에 포함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CCTV수당은 실제 근무성적과 상관없이 근무 일수에 따라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돼 온 고정적인 임금”이라며 “현금이 아닌 현물로 지급됐다고 해서 이를 통상임금의 범위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CCTV수당에 대한 1심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물품구입권에 대해 “소정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통상임금의 범위에 포함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물품구입권의 사용처가 한정돼 있고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으며 장갑, 음료수, 담배 등의 물품이 버스운행에 필요해 근로자의 후생복지, 근로 제공에 필요한 물품 제공을 위한 조치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실비 변상 명목으로 지급됐고 물품구입권으로 교부됐다고 하더라도 CCTV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하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