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지난 4월 연방정부 재정적자는 약 7380억 달러(약 903조 원)로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무부는 지난달 적자가 코로나 사태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도록 승인된 정부 지출의 막대한 규모를 반영하는 첫 지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연방정부 지출은 9797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동시에 세출은 241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5%나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월 기준 1년간 재정적자 규모도 1조9350억 달러로, 3월의 1조37억 달러에서 배 가까이 급증하고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고 전했다.
한 재무부 고위관리는 브리핑에서 “지금껏 내가 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수치”라며 “이는 의회와 정부가 코로나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 막대한 규모의 지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4월은 세금납부 마감기한이어서 정부의 세수가 최대에 달하는 달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소비자와 기업을 위해 소득세 납부 시한을 7월로 연기하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록적인 적자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의회는 지난 3월 83억 달러와 1000억 달러 긴급예산에 이어 2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 패키지까지 통과시켰으며 4월에는 중소기업 직원 급여를 보전하기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추가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4840억 달러 규모의 4번째 슈퍼부양책까지 통과시켰다.
하원의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코로나19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3조 달러의 새로운 경제대책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이 제시한 새 부양책은 국민에게 추가로 현금을 지급하고 실업보험을 확충하며 푸드스탬프(식량배급권)를 늘리는 것에 필요한 예산이 반영됐다. 성인과 자녀까지 미국인 모두 1인당 1200달러, 가구당 최대 6000달러의 현금을 새로 받는 것이 핵심이다.
또 각 주와 지방정부 지원을 위해 1조 달러를 배정했으며 의료 종사자들에게 총 2000억 달러의 특별수당도 지급한다. 고용을 유지한 기업에도 감세 등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회에서 “3300만 명이 이미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전례 없는 대참사가 일어나고 있다”며 “국민에게 필요한 자금을 전달하기 위해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원에서 15일 이 법안을 표결할 예정인데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통과가 확실시된다.
만일 민주당 안이 통과되면 코로나 대응 부양책으로만 무려 6조 달러를 투입하게 된다. 이는 미국 정부의 1년 평균 세출인 4조4000억 달러를 능가하는 것이다. 다만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재정 면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와 새 대책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고용효과가 큰 인프라 지출 확대와 대형 감세를 새 부양안의 주축으로 삼으려 해 각론을 놓고 여야의 정면 대립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