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버크셔는 미국 대형 지방은행 US뱅코프의 주식을 상당 규모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14일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가 보도했다. 배런스에 따르면 버크셔는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US뱅코프 주식 49만7786주, 1630만 달러(약 200억 원)어치를 매각해 현재 1억5050만 주만 갖고 있다.
US뱅코프는 미국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미국 최대 규모의 지방은행으로, ‘US뱅크’라는 브랜드로 점포를 운영한다. 버크셔는 US뱅코프의 지분 약 10%를 보유한 최대 주주였는데, 매각 이유도 밝히지 않고 상당한 규모를 팔아치운 것이다. 이는 버크셔가 미국 항공주를 손절매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움직임이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동안 버핏은 미국 은행주 애찬론자였다. 미국 경제의 강력한 성장세에 미국 은행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버크셔는 US뱅코프 외에도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 은행들의 최대 주주이며, JP모건체이스와 골드만삭스에도 많은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버핏의 투자 철학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버핏은 지난 2일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를 모두 팔았다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다. 당시 버핏 회장은 “항공산업의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며 “세상이 바뀌었다. 3~4년 뒤에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주총에서는 미국 은행주에 대한 눈에 띄는 발언은 없었다. 다만 향후 투자 판단의 변화가 밝혀질 경우 관련주에 부담이 될 수 있다.
1분기 말 버크셔의 현금 보유 규모는 1370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작년 말보다는 100억 달러가량 늘어났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현금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버크셔가 미국 4대 항공사 지분을 모두 처분한 데 이어, 은행주까지 매도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음 투자처’보다는 ‘다음 매각 종목’에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