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재건축 대어(大魚)로 꼽히는 마포구 성산동 성산시영아파트 몸값이 최근 하늘을 찌를 듯 치솟고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자 집주인들은 너도나도 시장에 내놨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이 단지 매물은 아예 씨가 말랐다. 이 아파트 인근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기대감에 매수세가 달라붙고 있지만 매물이 없더 보니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시세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성산시영아파트는 최근 안전진단의 마지막 단계인 건설기술연구원의 적정성 검토를 통과하면서 재건축 추진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 1986년 지어진 이 단지는 올해 준공 35년 차로 올해 초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정밀안전진단 '조건부 통과'로 건설기술연구원 등 공공기관의 적정성 검토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약 4개월간 검사를 받은 성산시영아파트는 등급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아들면서 재건축 첫 관문을 완전히 넘게 됐다.
성산시영아파트는 총 3710가구 규모로 강북권에선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힌다.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월드컵경기장역 등이 모두 도보권에 위치한 역세권 단지인데다 월드컵공원과 한강이 가까워 입지면에서 '강북 최고'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특히 성산시영아파트의 이번 정밀안전진단 통과는 최근 정비업계에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18년 정부가 구조 부문 가중치를 늘리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를 도입하는 등의 재건축 안전진단제도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재건축 사업 첫 관문을 통과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됐다. 실제 정부의 안전진단 강화 조치 이후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이 확정된 곳은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호아파트 한 곳 뿐이다. 2016년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성산시영아파트 역시 국토교통부의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추진이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정체해오다 지난해서야 안전진단 예치금을 납부했다.
예비안전진단 통과 이후 4년 만에 받아든 합격 소식에 이 아파트 단지 매물은 이미 실종된 상태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 소식에 집주인들이 내놨던 매물을 순식간에 모두 거둬들였다"며 "그렇지 않아도 없던 매물이 더 귀해졌다"고 전했다.
성산시영아파트 전용면적 59㎡형 매도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는 최고 10억 원 선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1월 9억5500만 원까지 거래가가 올랐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지난달 8억7500만 원까지 미끄러졌다. 안전진단 최종 통과 직전까지 호가는 9억3000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주 들어 호가는 9억7000만~10억 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지난달 7억8000만 원에 실거래된 전용 50㎡형도 현재는 9억 원을 호가한다.
일각에서는 성산시영아파트가 매머드급 단지인데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역세권 위치에 위치한 노른자 중 노른자 단지인 만큼 현재 강북지역 대장주 아파트인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의 가치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성산동 H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해도 준공까지는 빨라야 7~8년 넘게 걸릴텐데도 안전진단 통과라는 재료 하나에도 수천만원이 올랐다"며 "최근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 단지를 찾기가 어려운데다 입지가 워낙 좋다보니 재건축이 완료되면 강북권 대장주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제 막 안전진단을 마친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여서 새 아파트로서 제대로 가치를 발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갈 길도 멀다는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 사업은 초과이익 환수제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에 둘러싸여 있다"며 "새 아파트 입주까지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인 만큼 현재 분위기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에 나서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