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골드만삭스 지분도 거의 전량 팔았다

입력 2020-05-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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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워런 버핏 미국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세상이 바뀌었다”며 항공주를 대거 팔아치운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파격 행보가 연일 화제다. 미국 항공주와 지방 대형 은행주를 팔더니 급기야 12년 만에 월가의 간판인 골드만삭스의 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0년 전통의 골드만삭스가 버핏에게 버림받았다”고 했다.

16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버크셔는 1분기에 골드만삭스 지분을 1200만 주에서 192만 주로 84% 줄인 사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밝혀졌다. 작년 12월 31일 시점에만 해도 버크셔는 골드만삭스 지분율이 3%에 이르는 대주주였는데, 이번 매각으로 지분율은 0.6% 이하로 낮아졌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위기에 처한 골드만삭스에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50억 달러(약 6조1650억 원)를 투자한 버핏의 투자 방침에 새로운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버핏은 이달 초 열린 버크셔의 화상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한 봉쇄로 여러 산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 “봉쇄조치의 장기화로 미국인의 습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며 항공주 매각 사실을 알렸다.

버핏은 이번 골드만삭스 지분 매각 이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항공주 매각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1분기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가 미국을 휩쓸면서 거의 33%나 빠졌다.

▲골드만삭스 주가 추이
▲골드만삭스 주가 추이
버크셔와 골드만삭스의 관계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핏은 당시 궁지에 몰린 골드만삭스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였다. 50억 달러 상당의 우선주를 매입하며,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워런트(신주인수권)를 취득했다. 2013년에 워런트를 행사해 보통주를 취득, 골드만삭스의 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버핏이 골드만삭스의 주식을 처분한 건 코로나19 영향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로이드 블랭크페인이 2018년 10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데이비드 솔로몬에 물려준 이후 은행업계의 비즈니스 여건이 더욱 악화하면서 골드만삭스의 실적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골드만삭스의 순이익은 12억1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의 22억5000만 달러에서 46%나 줄었다. 예상 대출 손실과 자산관리 분야에서의 부진이 순익 악화로 이어졌다.

버핏이 이끄는 복합기업 버크셔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버크셔도 올해 1분기 497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버크셔 사상 최대 규모의 손실이다.

여기다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버핏 역시 포트폴리오 재정비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 의한 제로(0) 금리 정책으로 은행 수익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어서 은행주를 1순위로 정리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버크셔는 골드만삭스뿐만 아니라 JP모건체이스의 지분도 3%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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