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8~19일 제73회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WHA)를 개최한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규모 공중보건 당국자 회의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고자 올해 WHA는 사상 처음으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다.
영국 일간지 익스프레스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이 이번 WHA에서 초동 대응에 미흡해 세계적인 팬데믹을 초래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에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는 대만이 WHO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도 견제해야 한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코로나19로 잘 나가는 미국 경제와 시장에 재앙을 불러일으켰다며 연일 분노에 찬 발언과 트위터 트윗을 쏟아내고 있다.
트럼프 정부 최측근들도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대중국 강경파를 대표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전날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WHO의 방패 뒤에서 두 달간 코로나19를 은폐했다”며 “또 수십 만 명 중국인이 여객기를 통해 이탈리아 밀라노와 미국 뉴욕 등 전 세계에 바이러스 씨앗을 뿌렸다”고 맹비난했다.
호주와 독일 등 미국 핵심 동맹국이나 유럽 국가들도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책임이 있다며 독립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이번 WHA를 통해 미국 등 ‘중국 책임론’을 제기한 국가들이 WHO의 틀 안에서 중국에 압력을 넣을 것이 확실시된다. 익스프레스는 중국 정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것이 이런 압박에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HO 규정에 따르면 만일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를 ICJ로 가져갈 수 있다. 다만 보건과 법률 전문가 모두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설령 일어난다 하더라도 ICJ가 판결을 집행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ICJ가 판결을 집행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데 중국은 바로 거부권이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 중 하나다.
그러나 ICJ 제소가 거론되는 것 자체가 바로 중국이 받게 될 막대한 비판과 압력을 상징한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와 유럽연합(EU) 등이 이번 WHA에서 코로나19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이슈 중 하나가 표면 위로 떠올랐다. 바로 대만의 WHO 참여다. 대만은 2008~2016년 8년간 WHO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했지만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잉원 현 총통이 집권하고 나서 지금까지 배제됐다. 그러나 대만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한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싶다는 논리를 내세워 복귀를 노리고 있으며 최근 몇 주 동안 미국과 일본, EU 등 여러 국가가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의 WHO 참여를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회원국 대부분이 자국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중국의 지원이 절실하며 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하게 견지하는 중국과 대립하는 위험부담을 안고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인도 정부 소식통은 현지 일간지 인디아투데이에 만일 이번 WHA에서 옵서버로서 대만의 참여에 대한 투표가 이뤄지면 인도는 찬성에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소식통은 그런 표결이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