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대해 노동계와 대상 공기업을 중심으로 "외형만 '선진화'의 탈을 썼을 뿐 실제는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역난방공사 등 지분을 매각할 예정인 에너지공기업의 경우 일부 대기업에 헐값으로 팔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제3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은 에너지공기업에 대해 부실경영, 사업독점, 기술부진 등 각가가 다른 문제점을 진단하고 있지만 모두 지분매각(민영화), 민간부문 활성화로 해결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가스 도매부문 경쟁도입=민영화
민영화 대상으로 언급돼 오던 가스공사의 경우 이번 선진화 계획에서는 그동안 요금 인상을 우려해온 국민의 반발로 정부가 민영화를 포기하는 대신 민간업체와 경쟁을 시킨다는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해외에서 가스를 구입해 국내 비축기지에 저장한 뒤 각 지역 도시가스사나 발전회사에 도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들여온 가스를 도입원가 그대로 '노마진' 판매하고 있으며 저장, 배관 유지관리 등 공급비만을 단가에 붙여서 판매한다.
정부는 가스공사가 독점 사업이라는 이점 때문에 도입 단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며 민간 사업자에게 공급권을 떼어주겠다는 것.
그러나 민주노총 사회공공연구소측은 "가스 도입권을 민간에게 허용하는 것은 '가스 민영화'"라며 "에너지 관련 대기업들은 막대한 특혜를 얻는 대신 1200만 서민가구는 지금보다 두 배의 가스요금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사회공공연구소는 가스산업 민영화의 4대 특징으로 ▲가스공사가 전량 주관하던 가스 도입권을 민간기업에게 허용 ▲'교차보조'로 가정용 요금을 낮추던 공공요금체계가 사라지고 에너지 대기업들이 '도입지대 차익'으로 특혜 ▲가스 민영화 주체가 기득권 가진 SK, GS, 포스코 등 대기업 ▲민간 독과점화 및 가스공사의 주변화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관계자는 "가스시장의 도입 경쟁은 구매 경쟁력을 약화시켜 약 7%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발전용 산업용 가스 가격은 소폭 낮아지지만 서민용 가정용 가스요금은 2배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경영효율화 내용 파악 안돼"
한국전력은 경영효율화, 내부경쟁 강화, 발전사 경영효율화, 획일적 요금체계 개편 등이 골자다. 그러나 이 문제의 근원은 2001년부터 구체화된 한전의 구조개편이 중단된 데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수박 겉핥기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지보수 민간위탁, 자회사 업무 이관, 지점 축소, 영업인력 감축, 독립사업부제 등은 이미 실시 중인 내용이다. 발전자회사간 발전경쟁 강화 방안 강구는 한전 내외에서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선언적 내용에 불과하다.
지식경제부 한 관계자는 "구조적인 문제를 놔두고 어떤 부분을 경영효율화하라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구체적인 지침을 받아보기 전에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기존의 사업추진 내용과 달라진 것은 크게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지분매각, 만병통치약 아니다
한편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기업에 대한 지분매각은 결국 알짜배기 사업을 민간기업에게 넘겨줄 뿐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분매각과 함께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난방공사의 신규사업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민간업자의 입지를 확대시켜 가격 인하와 경영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지역난방공사 설립 이후 2007년까지 투자된 금액 3조1905억원의 44%인 1조4000억원은 주민들이 납부한 공사비부담금"이라며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민영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난방공사 역시 지분매각 등 민영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사업의 특성상 지역을 분할해 독점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경쟁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사의 사업참여 제한은 민간업체 키워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분매각 대상인 한국전력기술에 대해서도 정부는 2012년까지 지분의 40%를 매각해 상장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 업체의 참여가 없는 한 공허한 민영화가 될 우려가 있다.
한전KPS는 원자력발전 정비분야를 독점하고 있고 수력, 화력정비 분야 80%을 점유하고 있다. 민간업체 6곳이 있지만 워낙 독점이 심해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 KPS를 민영화한다면 독점 시장과 기술력을 민간업체에 넘겨주는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지분을 처분하는 문제 역시 최근과 같은 증시와 경제 상황에서 공모가격이 낮아지는 등 우량 공기업을 헐값에 매각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는 "물, 전력, 가스, 지역난방, 방송 등의 필수공익서비스와 철도, 공항, 항만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대한 민영화는 중단돼야 한다"며 "앞으로 10월 말 총파업 찬반투표를 한 뒤 11월 전국노동자대회의 결의대회를 거쳐 11월 중순 연대파업을 포함한 총력 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