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검찰 독립 훼손하려는 아베 정권

입력 2020-05-20 06:00 수정 2020-05-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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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세종대 교수, 정치학 전공)

현재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아니라 검찰 정년 연장 문제다. 이는 아베 신조 정권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시민의 반대에 부딪혔다. 다행히 이번 국회에서 검찰 정년 연장에 관한 법안은 정부와 자민당의 처리 유예로 끝났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 모두 다음 임시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 불씨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말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도쿄 고등검찰청 검사장의 정년을 국가공무원법에 입각한다고 하면서 반년간 연장하는 각료회의 결정을 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검찰청법은 검찰총장 정년을 65세, 검찰총장 이외 검사는 63세로 규정하고 있다. 연장 규정은 없다. 구로카와는 생일 전날인 2월 7일에 정년을 맞이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의 생일 직전 각료회의 결정으로 8월 7일까지 정년이 돌연 연장된 것이다. 이를 통해 이나다 노부오(稻田伸夫) 현 검찰총장 후임으로 구로카와 씨가 취임할 길이 열렸다. 아베 총리는 자신이 연장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 법무성 측에서 결정한 정년 연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총리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은 검찰 간부 대부분이 각료회의 결정 후에 이 인사를 알게 됐다는 사실로도 확인된다.

1월 말의 이와 같은 전례 없는 검사장 정년 연장에 대해 위법이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구로카와 검사장은 아베 정권의 비리를 무마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아베 총리의 각종 스캔들이 법정으로 갈 경우 구로카와라면 무혐의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기대로 이번 정년 연장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일본 정권은 검찰 인사에 간섭하지 않았다. 정치와는 엄격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검찰총장에 아베 정권과 관계 깊은 인물이 취임하면 결과는 뻔하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자신의 식구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을 요직에 앉히는 인사를 계속해 왔다. 2014년에는 헌법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법제국 장관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외무성 출신자를 기용해 헌법 해석을 억지로 변경했다. 이것으로 일본은 동맹국을 도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공영방송 NHK 회장 인사나 대법관 등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자리에도 아베 총리는 자신의 식구로 알려진 인물들을 등용해 왔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구로카와의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검사 정년을 일괄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이 법의 문제점은 내각이 인정하면 검사들의 직무 정년 연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 검찰청에 노골적으로 정치 개입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는 법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아베 정권의 자의적 법 개정에 대해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시민이 대거 반대하고 나섰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수백만 명이 ‘검찰청법 개정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런 여론의 반대로 인해 정부와 자민당은 이번 국회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유예했다. 이에 주요 야당들은 18일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기세를 올렸다. 트위터를 통해 개정안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확산한 데 힘입어 야당들은 국회에서의 표결 처리 반대를 호소해 왔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개정안 처리를 가을 임시 국회로 미뤘지만, 야당들은 그것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며 개정안에서 검찰 간부의 정년 연장 규정을 삭제할 것과 구로카와 도쿄 고검장의 정년 연장 철회를 요구해 나갈 방침이다. 야당들은 이번 국회에서 아베 총리의 벚꽃 스캔들 등으로 정권을 추궁해 왔지만, 오히려 지지자들로부터 코로나19 대책을 우선시하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청법 개정 문제만큼은 트위터 등에서 퍼진 정권 비판에 힘입어 야당들이 연대, 정부와 자민당의 방침 전환을 이끌었다. 이제 아베 1강 체제가 서서히 붕괴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 최근의 일본 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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