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웅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오픈이노베이션ㆍ지속적인 R&D로 '제2의 레이저티닙' 찾아낼 것"

입력 2020-05-20 14:30 수정 2020-05-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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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30여개 바이오벤처에 3200억원 투자…올 R&D 투자 2000억으로 늘려 27개 과제 결과물 내는데 집중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유한양행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통한 꾸준한 연구ㆍ개발(R&D)만이 미래 성장을 가져다 줄 수 있습니다.”

19일 경기도 용인 기흥구에 위치한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에서 만난 오세웅 소장(전무)은 다가올 100년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해답을 이 같이 제시했다. 현재 250명의 연구원들을 이끌며 연구소의 연구ㆍ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짧은 기간 4건의 기술수출로 글로벌 시장에서 유한양행의 존재를 인지하게 됐지만 국내 전통제약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R&D 중심회사로 인정받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한양행은 1년(2018년 말~2019년 초)도 채 안 되는 기간동안 총 3조5000억원에 달하는 4건의 기술수출을 기록했다.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 디스크질환치료 후보물질(YH14618) 약 2400억원 △얀센바이오텍에 비소세포 폐암치료 후보물질 레이저티닙(YH25448) 1조4000억원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신약 후보물질 8800억원 △ 베링거인겔하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치료 위한 융합단백질(YH25724) 1조50억 원 등은 오픈이노베이션과 R&D의 모범사례를 보여줬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오 소장은 2015년 취임한 이정희 사장의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를 꼽는다. 오 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인 유한양행의 대표이사 임기는 최대 6년으로 신약개발에 투자해 성과를 내기엔 굉장히 짧고 리스크도 따른다. 그러나 R&D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이 사장은 취임부터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화두로 정하고 인재, 기술교류 등 정통 제약사의 틀을 벗어난 과감한 혁신을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유한양행은 실속있는 외형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로 유한양행은 지금까지 1650억원의 계약금을 수령했다. 이는 반환 의무가 없는 초기 계약금과 개발 단계마다 받는 마일스톤 일부를 포함한 금액이다.

그는 “10~15년 전만 해도 가장 큰 R&D 수익은 10억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1년사이 4건의 사례만으로 비교 불가한 수익을 올리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R&D의 중요성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기술수출 사례는 내부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오 소장은 “레이저티닙 기술 수출을 기점으로 내부에선 협상능력, 상품을 보는 안목, 빠른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한 글로벌 제약사들과 접촉하면서 단계별로 팀이 움직일 정도로 철저한 준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점, 또 데이터를 해석하고 임상계획을 세우는 부분들에서 많은 격차를 느꼈다”며 “이러한 경험들은 연구소 시스템 및 연구원들의 역량 강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글로벌 제약사 수준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유한양행은 지속적으로 R&D와 바이오벤처 투자를 가속화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30개 바이오벤처(해외법인 포함)에 총 3200억원을 투자했으며 해외 투자법인을 관리하는 글로벌 OPS(오퍼레이션)팀, 바이오기업 발굴 등의 업무를 하는 글로벌BD팀 등을 신설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무엇보다 연구개발기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가고자 R&D 비용을 매출액 대비 10%가 넘는 2000억원으로 대폭 늘리며 속도를 내고 있다.

오 소장은 “그 동안은 내부에서조차 잘 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다. 하지만 몇 건의 기술수출을 경험하며 시행착오들이 노하우로 변신해 이제 R&D비용도 예측 가능하게 쓸 수 있게 됐다"며 "연구소에선 현재 제2의 레이저티닙과 같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 기술도입 시도가 진행 중이며 27개 연구개발 과제들에 대한 결과물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또 기존 4건의 기술수출들이 마일스톤 단계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바이오텍들과 동반성장이 뒷받침돼야 유한양행의 다양한 파이프라인 확보도 가능하다며 정부 지원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국내 바이오텍들이 인큐베이션 단계에서 안정적으로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산하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와 같은 연구 교류마당이 만들어진다면 앞으로 더 창의적인 파이프라인들이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 국내 바이오텍들이 유한양행과 같은 국내 제약사들과 협업할 수 있는 과제가 늘고, 나아가 K바이오의 성장을 이끄는 더 많은 기술수출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오 소장은 “신약개발은 약으로 출시되고 환자에게 쓰여야 진정한 성공이다. 연구개발 기간이 길고 실패가 항상 존재하는 신약개발의 험난한 여정에 희망을 잃지 않고 제2의 레이저티닙을 만들어내 회사의 미래성장 기반을 공고히 다질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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