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정지출만큼 수입 확대돼야…증세 논의 시작할 때"

입력 2020-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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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차 추경, 올해 성장률 0.5%P 기여…내년엔 3.9% 성장, 기저효과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자료=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일 ‘2020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내놓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0.2%)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충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1분기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은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분기보다 낮은 1.3%에 그쳤으며, 전기 대비로는 –1.4% 역성장했다. 2분기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이 수출과 투자 부진, 저물가, 실업자 확대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조덕상 KDI 경제전망총괄은 “코로나19 위기 발생으로 민간부문의 경제활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정부지출이 경제 규모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성장 기여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반면, 민간부문의 성장세는 둔화하면서 경제 역동성이 점진적으로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KDI는 “민간소비가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급감한 가운데,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이 둔화하면서 거주자의 국내소비가 비교적 빠르게 회복하겠으나, 당분간 국가 간 이동제한이 지속하면서 거주자의 국외소비는 내년까지 부진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글로벌 수요 회복과 지난해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건설투자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확대로 부진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과 수입은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당분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내다 하반기에 상품수출을 중심으로 부진이 점차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간 상품수출은 1.7%, 총수출은 3.4% 감소하며 순수출의 성장률 기여도는 ‘제로’가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수출물량 축소에도 교역조건 개선으로 지난해와 유사한 흑자 폭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기대인플레이션 하락세에 경기 위축과 유가 하락이 겹쳐 0.4% 상승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고용은 ‘제로 성장’ 위기다. KDI는 정책효과가 취업자 감소를 일부 보완해 취업자 총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유지되지만, 실업률은 3.9%로 0.1%포인트(P) 상승할 것으로 봤다.

그나마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쏟아지는 상황에 KDI가 ‘플러스 전망’ 시나리오를 제시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재정지출 확대다. 정부는 올해 1·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으며, 고용안정대책을 추진하기 위한 3차 추경도 준비 중이다. KDI는 1·2차 추경의 성장률 기여 효과를 0.5%P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단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우려를 내비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재정지출 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거기에 준해서 재정수입도 확대돼야 할 것”이라며 “그중에 하나의 방법으로 중장기적으로는 증세가 필요할 것이고,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그런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망은 세계경제 성장률이 상반기에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하반기부터 완만하게 회복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나왔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가 올해 3.0% 역성장한 후, 내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5.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원유 도입단가(두바이유)는 45% 하락한 배럴당 35달러 내외, 실질실효환율로 평가한 원화가치는 4% 절하되는 상황이 깔렸다.

한국의 내년 성장률은 코로나19 사태 해소와 세계경제 성장률 회복에 힘입어 3.9%로 오를 전망이지만, 이를 성장경로 회복으로 보긴 어렵다. 정 실장은 “올해 성장률이 너무 낮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고, 올해 0.2%와 내년 3.9%를 합하면 4.1%이니까 연평균으론 2% 정도밖에 성장을 못 했다고 볼 수도 있다”며 “2년 동안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대략 2.4%로 추정한다면 내년에도 경로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고려하되 장기적으로 고착화 가능성이 큰 지출을 면밀히 검토하고, 통화정책에 있어선 가급적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기준금리와 관련해 “저물가 현상이 장기간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목표(2%)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상승한 이후에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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