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여느 때와 다르게 변동성이 크다. 가장 큰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결되느냐에 따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낮게는 –1.6%까지 내리고, 높게는 1.1%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20일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이 같은 내용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거시경제경로 전망’ 보고서를 첨부했다.
코로나19 보건위기는 공급과 수요, 금융에 모두 부정적 충격을 줘 경기 침체로 이어진다. 공급 측면에선 감염·격리·돌봄과 사업장 폐쇄로 노동공급이 감소하고, 상품은 글로벌 가치사슬 발달로 한 부문의 공급 타격이 전후방 산업의 생산·공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요에선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소비와 투자가 줄고, 대외적으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해 수출까지 위축되는 상황이다. 공급·수요 충격은 가계소득 감소로, 다시 수요 감소로 악순환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 위기는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으나, 실물경기 침체가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지면 경기 침체가 심화하고 자금조달이 어려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국내 상황이 호전된다고 해도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끝나지 않으면, 우리는 다른 국가에 비해 큰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가가치 비중이 26.9%로 여타 국가보다 10%포인트(P) 이상 높고, GDP의 글로벌 최종수요에서 투자 의존도는 15.3%로 여타 국가의 2배를 웃돌아서다. 통상의 경기 변동에서는 수축기에 투자가 소비보다 더 큰 폭으로 변동하나, 현재 코로나19 위기에서는 부정적 영향이 소비 관련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투자 변동이 커지면,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도 커진다.
KDI는 코로나19 지속기간에 따라 한국의 거시경제를 세 경로로 분석했다.
먼저 국내 경제활동이 5월부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다 하반기 대부분 정상화하고, 해외의 경제활동도 하반기에 완만하게 회복된다면 올해에는 플러스 성장(0.2%), 내년 말에는 코로나19 이전 성장격로에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만약 코로나19 확산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둔화해 국내에선 5월부터, 해외에선 3분기부터 경제활동이 가시적으로 회복되고,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상용화한다면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서비스소비 위축에 제한돼 올해 성장률이 1.1%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외 모두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일부 취약 국가·산업에서 유동성 경색이 발생해 글로벌 소비·투자가 모두 큰 폭으로 위축되고, 공급망 교란에 따른 생산 차질과 각국의 인적이동 제한조치가 이어져 한국의 올해 성장률은 –1.6%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단 코로나19 종식이 늦어질수록 내년 성장률은 높아진다. 실질적으로 경기가 회복된다기보단, 올해 성장률 하락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돼서다.
KDI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경제의 GDP는 기존 경로를 상당 폭 하회할 것이며, 향후 GDP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최우선으로 하되, 경제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을 지원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제적 지원뿐 아니라 신흥국 채무 상환유예, 통화스와프, 거시정책 조정 등 경제정책에 있어서도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