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세계적인 경기침체 엄습에 대한 두려움 속에 전날 사상 최대폭으로 급락한데 이어 국내증시가 또다시 패닉상태에 돌입함에 따라 'D의 공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각종 경기지표를 통한 실물경기 침체 우려감이 극대화되면서 시장참가자들은 극도의 공포심리를 표출하며 투매 양상을 보이고 있고 이러한 분위기는 연일 국내증시를 짓누르는 가운데 코스피지수 1200선이 재차 붕괴되며 위태로운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올초 이후 유가증권시장에서 31조원의 누적 순매도를 기록, 전날에만 6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순매도 공세를 펼치며 국내증시의 매수 공백 우려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무차별적인 '팔자'공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기관들의 환매압력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자칫 수급구도의 악순환에 대한 우려도 낳고 있어 주식시장이 사상 유례없는 공황상태를 맞이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글로벌 정책 당국이 위기사태 해결을 위한 추가 조치를 집행할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주식시장은 안도 랠리가 지속되지 못하고 투자심리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 금융위기는 1920년대의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평가받고 있고 고점 대비 하락폭 역시 대공황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현재의 주식투자자들은 대부분 생전 처음으로 경험하는 강도의 충격에 노출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의 움직임은 이성보다는 감성이 논리보다는 심리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이 선결과제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실물경기 침체라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주식시장 참가자들이 견뎌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금융시장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대내적으로는 경기침체 공포에 더해 국내 은행권에 대한 크레딧 리스크가 부각됨에 따라 외화 유동성 경색이 재차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일단 정책 당국의 금융시장에 대한 추가 지원책이 나올지 여부에 관심이지만 경기침체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지수 예측에 근거한 단기 매매 전략을 지양하고 방어주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통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게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정문석 한화증권 연구원은 "전날 증시 대폭락을 통해 드러났듯이 신용위기의 본질은 그대로 남아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대응하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시장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경기 하강기가 좀더 장기화할 가능성 커졌기 때문에 부진한 경제지표가 시장에 매번 발표될 때마다 금융시장을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며 "폭락장세 이후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시장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성진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환율 및 금리 상승, 부동산가격 하락이 지속될 경우 건설업과 금융권이 안고 있는 잠재적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연구원은 "신용위기로부터 촉발된 경기침체 우려가 주식시장을 짓누르는 상황에서 금융위기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일단 단기 금융시장 안정이 선결과제이고 선진국 정부의 구제안이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또 한번의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는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안정책이 직접적인 주가 반등 계기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나 적어도 주식시장이 가격결정 기능을 회복하는 데는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무엇보다 불안 심리 차단이 우선이라는 점을 염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