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악 역성장 현실화, 경제안정 위한 속도전 절실

입력 2020-05-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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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국 경제 최악의 역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민간소비와 수출, 투자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으로 본 데 따른 것이다.

KDI는 3개 시나리오로 전망치를 내놓았다. 이례적이다. 그만큼 코로나 사태가 향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환자 수가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이른 시일 내에 백신 또는 치료법이 개발될 경우 1.1%로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인데 실현이 어렵다. 오히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을 고려한 가장 비관적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1.6%로 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0.2%든 -1.6%이든,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최악의 성장률이다.

28일 수정경제전망치를 내놓을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1.2%로 예상한 바 있다.

KDI는 단기적으로 취약계층 지원과 민간수요 진작을 위한 확대재정을 주문했다. 기준금리도 이른 시기에 사실상 제로(0) 수준까지 내리고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의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기업 파산이나 실업이 발생할 경우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경기회복이 지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동성 공급과 고용 안정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KDI는 그러면서 1·2차 추가경정예산의 편성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 재정적자에 우려를 표시하고,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재정수입 보완을 위한 증세(增稅) 논의를 시작할 단계”라고 언급했다. 3차 추경의 경우 한시적·가역적 지출 중심으로 편성하고, 복지 등 장기적으로 고착화할 수 있는 지출의 증가는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갈수록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정부도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3조5000억 원을 투입해 공공부문에서 55만개+α의 직접일자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8조 원의 한은 발권력을 동원해 우선 10조 원 규모의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하고, 비우량등급 회사채와 기업어음(CP)까지 매입하겠다고도 밝혔다.

관건은 대책 실행의 속도다. 특히 기업의 파산이나 대량실업이 현실화하기 전에 적극 방어해야 한다. 이번 대책도 상당 부분 3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된 후에나 집행이 가능한 것이다. 재원 대부분이 3차 추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말 21대 국회가 출범하지만 원 구성 등 일정을 감안하면 결국 늦어질 공산이 크다. 정부와 국회가 더 발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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