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주식시장은 반등을 기대했던 국내 투자자들에게 크게 실망스러운 장이었다. 미국증시의 상승 소식에 국내증시 역시 반등장을 기대했지만, 이어지는 하락세와 외환시장의 큰 변동성에 금융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주식시장 '널뛰기 장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33.11포인트(-2.73%) 하락한 1180.67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1200선을 이탈한 것은 지난 2005년 10월 31일 1158.11 이후 3년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른 경계심리가 악재로 작용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개인은 5777억원 순매수하며 지수방어에 나섰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924억원 975억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에 코스피지수는 오전 한때 1160선까지 밀리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경기침체 영향 속 신용위기 우려까지 맞물린 건설(-7.60%)과 은행(-7.54%)이 7%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주는 혼조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50만원선이 붕괴됐으나 오후 들어 상승전환하며 50만원선을 지켜냈다. 삼성전자는 0.20% 오른 50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KB금융지주와 현대중공업이 각각 12.44%, 11.02% 급락했으며 한국전력과 신한지주 현대차 등도 7~9%의 내림세를 나타내는 등 하락세가 우세했다.
이날 코스닥지수도 전일보다 2.25포인트(-0.63%) 떨어진 352.18로 마감하며 사흘 연속 하락했다. 장 초반 코스닥지수는 370선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340선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32억원, 57억원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이 245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의 발목을 잡았다.
◆환율도 불안장세 지속
이날 주식시장만 변동성이 컸던 것은 아니었다. 환율은 이달 들어 거의 매일 수십원씩 급등락을 반복하며 '널뛰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39.0원 급락한 1334.0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전일보다 48.5원 급락한 1325.0원으로 출발해 장 초반부터 매물이 몰리면서 1308.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후 저가인식 매수세가 늘어나면서 다시 1320원대 올라선 이후 137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당국의 개입성 매물이 들어오면서 결국 1330원대로 마감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미국 증시의 반등 여파로 장 초반 환율이 급락했지만 장중 큰 폭의 급등락을 지속하면서 불안한 장세를 지속했다"고 전했다.
◆“현 시장 이미 예상 벗어난 수준”
전일에 이어 이날의 금융시장 패닉에 대해 증시전문가들은 현재의 주식시장은 이미 예상을 벗어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의 주식시장은 공포심이 과하게 반영되면서 '묻지마 매도'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백관종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장에서 저점은 논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리스크가 계속 나오는 변동성이 심한 장세이기 때문에 추가하락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실물경제에 대해 비관일색인데 증시에서는 반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백 센터장은 "금융경색 부분이 세계 각국의 노력으로 진정된다며 증시는 패닉상태를 벗어나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이라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은 실물경제에 비해 3분기 정도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향후 하락장세가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보는 우려보다는 하락장이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일단 이번 주말 미국증시와 유럽증시 동향을 먼저 살펴봐야 하겠지만 현재 주식시장을 포함, 금융시장 구제를 위한 일련의 대책들이 전혀 먹혀들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며 "경기침체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지수는 추세적인 하락국면으로 돌입한 것으로 여겨지므로 이러한 흐름을 당분간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