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정훈 당선인 “불평등 완화 위해 복지 패러다임 ‘고용→생활안정’ 바꿔야”

입력 2020-05-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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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 보장 최우선 월 30만 원 기본소득 제안…기업규제 풀어 노동 유연성 확보해 친기업·친서민 다 잡아야

▲시대전환 소속 조정훈 당선인은 2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규제는 다 풀되 국민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함께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시대전환 소속 조정훈 당선인은 2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규제는 다 풀되 국민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함께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제게 진보인지 보수인지 묻는 분이 많습니다. 저는 기업규제를 풀어야 하고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보수죠? 신자유주의잖아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 국민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장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지속의 문제니까요. 친기업과 친서민은 충돌하지 않습니다. 같이 잡을 수 있는 정책을 찾아 만들어 가야죠.”

시대전환 소속 조정훈 당선인은 20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조 당선인은 21대 국회에서 몇 안 되는 ‘경제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은행에서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로 근무했다. 귀국 후에는 재단법인 여시재 부원장과 아주대에서 통일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조 당선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상황에 대해 묻자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14세기 흑사병과 1차 세계대전 이후 스페인독감처럼 전염병은 세상을 바꿨다”며 “지금도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사회 경제 구도가 급격히 만들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 시대전환은 어떤 정당인가

“시대전환이 생각하는 모토는 ‘두려움 없는 세상’이다. 모든 사람이 넘어지지 않는 세상이다. 예를 들어 모든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세상을 지향하지 않는다. 비정규직이거나 플랫폼 노동을 하더라도 사람답게 살 수 있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쉽게 일어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생활진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선배 세대가 생각하는 이념진보와 아주 다른 개념이다. 미세먼지가 있을 때 자동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생활진보의 지지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대중교통이 자가용만큼 편하고 빨라야 해, 이것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30·40대는 앞선 세대와 다르다. 당시는 학생운동이 시대적 사명이었고 성공적으로 완수했고 자연스럽게 정치를 했다.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생활인이 됐다. 삶을 실질적으로 낫게 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이념적 좌우 대립을 넘는 생활문제를 파고드는 정당과 정치인이 출현할 때가 되고도 남았다.”

-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광범위한 영역에서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역사적으로 14세기의 흑사병이나 1차 세계대전 이후의 스페인 독감처럼 전염병이 세상을 바꾼 일이 많다. 워터파크에 비유하자면 어마어마한 모터가 커다란 파도를 만들고 있다. 곧 커다란 충격이 올 것이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우려하고 있는 것인가

“이미 지표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고용지표와 실물지표가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불평등 지표다. 불평등의 극대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0.1%에서 1%가량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단순히 생각하면 우리 국민 모두가 1%씩 손해 보면 될 문제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기업이 재택근무를 실시하면 직원들은 큰 손해가 없지만, 인근 식당은 초토화된다. 우리 사회에서 각 경제 주체가 충격에 대응하는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가 ‘안전한 자’와 ‘안전하지 않은 자’를 홍해 가르듯 나누고 있다.”

-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인가

“재정정책과 경제정책의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 산업시대에는 ‘일자리가 복지’라는 말이 통했다. 하지만 이제 작동하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일자리는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다. 노동소득도 대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 ‘90대 10’의 사회가 ‘99대 1’의 사회로 갈 수도 있다.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단 1%만 안정적으로 사는 사회를 99%의 국민이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복지정책의 핵심은 고용안정이 아닌 생활안정으로 가야 한다.”

-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이 있나

“핵심은 기본소득이다. 시대전환에서 제안한 정책은 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이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 기존의 복지와 행정예산을 줄여 만들 수 있는 최대치다. 기본소득이란 것은 복지의 패러다임을 고용에서 소득으로 옮기는 것이다. 동시에 기업이 가진 자율성을 더 풀어주자는 큰 패키지로 풀어야 한다. 자꾸 기본소득만을 떼어내서 좌파 정책의 핵심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이다. 경제정책은 더 이상 성장과 분배를 보면 안 된다.”

- 경제학에서 금기시하는 ‘공짜점심’에 해당하는 것 아닌가

“‘공짜점심은 없다’는 논리는 산업화 시대의 낡은 이야기다. 일자리 없는 성장이 일상화되고 있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올리지만 일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을 무겁게 만들어서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인지, 아니면 고용 없는 성장을 계속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둘 다 잡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오늘날의 경제제도를 자본주의라고 하는 이유는 자본을 가진 사람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있어야 돈을 버는 시대가 한동안 지속됐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유동성이 1100조 원에 달한다. 돈이 없어서 사업 못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제 자본이 부가가치 원천이 아닌데도 대안이 없어서 자본주의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없는 수요를 창출하고 수요를 감당하는 공급망을 적절히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 여러 확장재정으로 재정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재정건전성이 나쁘지 않다. 더 불이 번지기 전에 불을 꺼야 한다. 남은 재정 여력으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1930년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뉴딜 정책을 할 때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정도를 썼다. 지난해 우리 GDP에 대입해 보면 100조 원 정도 될 것이다. 한 해 정부예산이 500조 원 정도 되니 1년 나라살림의 20% 정도 된다. 재정건전성 논쟁이 있겠지만, 불을 끄기 위한 물의 양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늦으면 늦을수록 꺼야 할 불의 양이 많아진다.”

- 기업규제는 어떤 방향으로 풀어야 한다고 보나

“20대 국회의원이었다면 인터넷전문은행법에 찬성했을 것이다. 타다금지법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막는 법을 만드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과연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냐’고 묻는다면 물음표가 생긴다. 기업에 부과하는 세율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국민들이 기업하는 사람들을 선하게 보는지 등 여러 질문이 들 수 있다. 규제는 더 네거티브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제적인 규제를 다 풀어야 한다. 노동유연성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이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고, 정부는 옆에서 지켜보다가 부작용이 나면 대응하는 형태의 정책이어야 한다.”

- 앞으로 의정활동과 역할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재난기본소득, 코로나뉴딜 모두 시대전환에서 제시하고 준비한 의제였다. 물론 아무도 받아쓰지 않았다. 이제는 제3·제4의 미래 의제를 계속 던질 것이다. 특정 당이 아닌 미래를 고민하는 세력들과 협업을 통해서 국회 내 담론을 크게 일으키고 정부를 설득하고 견인하겠다. 그런 역할을 하는 일종의 미래 정책실험소가 되고 싶다. 다만 법과 제도로서 답을 제시하고 싶다.”

◇조정훈 시대전환 당선인 약력

약력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석사 / 세계은행 동유럽 지역국 전문 / 세계은행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대표 / 아주대 통일연구소장 및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민간위원 / 시대전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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