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 칼바람 속 희비 가른 ‘M&A’

입력 2020-05-2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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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경기침체 충격으로 올해 신용등급 강등 기업 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를 기록할 전망인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인수합병(M&A)으로 인해 신용등급의 희비가 갈렸다.

22일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 국내신용평가사 3사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현재까지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동에서 M&A로 인한 신용등급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신용평가사 3사로부터 기업신용등급이 ‘부정적 검토’, ‘하향 검토’ 대상에 등록됐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인한 보유 유동성의 감소와 차입금의 증가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나신평은 “사업다각화 및 사업위험 분산 효과는 일부 존재하나, 재무여력이 축소됨으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현 시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열위한 재무구조와 유동성 현황 감안시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이 지연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에 잠재적인 재무적 지원 부담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 신용평가사 3사는 세아베스틸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방산업 부진 속에서 수익성이 저하된 가운데 세아창원특수강, 세아항공방산소재(구 알코닉코리아) 인수 등의 발생에 따른 재무부담 때문이다. 올 3월 세아베스틸은 재무적투자자가 보유한 세아창원특수강 잔여지분 매입(1000억 원)과 세아항공방산소재 인수 과정에서 745억 원의 자금을 소요했다.

이밖에도 전일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KCC에 대해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전망 ‘안정적’을 부여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실리콘제조업체 모멘티브 인수로 인한 대규모 인수자금 소요와 수익성 저하가 원인이다. KCC는 모멘티브 인수가액 3조6000억 원 중 1조6000억 원은 컨소시엄의 출자와 대여금으로, 2조 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컨소시엄에 출자한 6000억 원과 모멘티브 차입금 합산 등에 따른 KCC의 순차입금 증가는 약 2조6000억 원이다. 앞서 글로벌 신평사 S&P와 무디스도 KCC의 등급을 낮춘 바 있다.

반면, M&A를 통한 사업 기반 확대와 재무안전성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로 신용등급 상향과 안정적 전망을 부여받은 기업들도 있다. 4월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이룬 SK브로드밴드는 올 들어 신용평가 3사를 통틀어 첫 신용등급 상향 사례가 됐다. 나신평은 이달 SK브로드밴드의 장기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했다. 등급전망은 종전 상향검토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됐다. 한신평과 한기평도 신용도를 상향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다.

나신평은 “티브로드의 흡수합병으로 유료방송시장 내 경쟁지위 제고와 이익창출규모 확대가 예상되는 점과 티브로드의 우수한 재무구조를 감안 시 합병 이후 회사의 전반적인 재무안정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LG유플러스와의 합병으로 LG그룹에 추진된 LG헬로비전(구 CJ헬로비전)도 인수합병으로 인해 한신평과 한기평으로부터 ‘AA- 안정적’ 전망을 부여받았다. 한기평은 “LG 유플러스 계열편입으로 향후 유무선 결합상품 출시 등을 통한 마케팅 경쟁력 제고, 계열 가입자 기반 확대에 기초한 전후방 교섭력 강화 등을 토대로 유선방송시장의 비우호적 사업환경에 대한 대응능력이 한층 제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올해 신용 강등 기업이 금융위기 수준을 웃돌 것으로 본다. 올해 들어 추락천사(Fallen Angel) 기업은 22곳이나 된다. 앞서 2008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간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된 기업은 33개와 34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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