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에 K-농업 심는다①] FTA 힘입어 농산물 수출 급증…"이젠 신북방 개척"

입력 2020-05-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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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시장 개방 30년…전세계와 FTA로 연결

55개 국가와 FTA 16건 체결…지난해 41억3000만 달러 수출

고품질 인식, 가격 경쟁력 높아…신선ㆍ음료ㆍ가공 분야 모두 선전

#지난해 한국산 딸기는 태국으로 672만7000달러를 수출했다. 2006년 4000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해 처음으로 600만 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2007년 한·아세안 FTA(자유무역협정) 이후 관세가 40%에서 5%로 낮아졌고, 한국산 딸기가 품질이 우수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만든 성과다. 지난해 깐마늘의 수출 성과도 눈부시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만 해도 3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깐마늘의 미국 수출액은 지난해 291만2000달러를 기록했다. 2012년 한·미 FTA를 체결한 뒤 무관세율이 적용된 데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미국이 중국산에 추가 관세(10%→25%)를 부과하면서 한국산의 경쟁력이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 정부의 판촉과 마케팅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수출이 급증했다.

FTA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파도다. 내수 시장이 좁고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의 특성상 세계와 연결고리인 FTA는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한국은 1992년 우루과이 라운드(UR) 타결을 시작으로 최초의 FTA인 2004년 한·칠레 FTA를 체결했다. 이후 지금까지 16건의 FTA를 체결, 55개국과 연결 고리를 만들었다.

◇FTA ‘희생양’ 농업… 수출 한 축으로 자리 잡아 = FTA는 항상 ‘양날의 검’으로 인식된다.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 수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도 증가하는 것이 정상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는 수입보다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항상 앞선다. 이 과정에서 특히 농업은 대표적인 피해 분야로 항상 지목된다.

1차산업으로 분류되는 농업은 늘 FTA의 ‘희생양’으로 부각된다. 국내시장이 개방되면 값싼 외국산 농산물 수입이 늘어날까 걱정이 크다. 농업인들 입장에서는 생계가 걸린 문제다. 정부가 전 세계 무역 국가를 대상으로 FTA를 체결할 때마다 농업인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표현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1992년 우루과이 라운드로 문을 연 뒤 우리 농업은 죽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여전히 건재하다. 낮은 식량자급률 탓에 수입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수출 증가폭도 크다. 이제 농업은 식량 안보를 넘어 수출의 한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농축산물 수입액은 전년보다 2.8% 줄어든 343억 달러, FTA 체결국으로부터의 수입액도 4.8% 감소한 289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농축산물 수출액은 전년 보다 1.2% 증가한 70억3000만 달러, FTA 체결국으로의 수출은 2.6% 늘어난 41억3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전체 수입액은 여전히 수출액보다 많지만, 증가율만 놓고 보면 농축산물 수출입에서 한국이 더 이득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여기서 나온다. 특히 지난해 한국 수출이 10년 만에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농산물 수출은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열린 제56회 무역의 날 축사에서 “식품 분야에서 FTA 개방으로 외국 농산물에 대해 걱정만 했지 우리 식품이 경쟁력을 갖고 세계에 진출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는데, 지금은 수출액이 가전제품 수출액보다 더 많아질 정도로 커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수입 과일 전문점 ‘클레버 후르츠’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배.
 (사진=이해곤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수입 과일 전문점 ‘클레버 후르츠’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배. (사진=이해곤 기자)

◇관세로 가격 경쟁력↑… 고품질로 세계시장 도전 = FTA 주요 체결국별로 세분화하면 수출 증가폭은 더욱 뚜렷하다. 2007년 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아세안 주요 10개국과 체결한 한·아세안 FTA는 농산물 교역의 가장 큰 창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아세안 국가로의 농산물 평균 수출액은 11억2200만 달러다. 2018년 아세안으로의 농산물 수출액은 13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3억7500만 달러까지 올라섰다.

농산물 수출 증가의 1등 공신은 역시 관세 인하 효과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자리 잡은 ‘한국산 = 고품질’이라는 인식도 수출 증가세를 이어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세안에서는 무관세 적용 이후 곡물 음료, 차류, 기능성 음료 등 다양한 제품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지난해 베트남 음료 수출이 최초로 3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연합(EU)에서는 웰빙 트렌드로 인한 발효식품 선호도가 확산되는 가운데 현지 유명 쉐프를 활용한 차별화된 홍보 추진 등이 성과를 나타내면서 소스류 수출이 10년 사이 4배로 성장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산 버섯을 대체하면서 새송이버섯은 2009년 수출 시작 이후 약 6배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신북방 시장 개척… FTA 앞서 수출 활성화 기대 = 이제 정부는 새로운 시장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특히 지금까지 교류가 적었던 러시아와 몽골 등, 이른바 신북방 국가들과 FTA를 추진하는 한편, 농식품 수출은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정부는 러시아와 FTA 3차 협상을 진행했고, EAEU(러시아·카자흐스탄·벨라루스·아르메니아·키르기스스탄)과는 FTA 협상을 위한 여건 조성이 한창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제회복과 몽골·중앙아시아의 경제성장으로 지난해 농식품 수출액이 2억8000만 달러로 2017년에 비해 21.3% 증가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신북방 지역 전략품목 육성을 위해 시장성, 물류여건, 주 소비층을 고려해 시장 맞춤형 유망품목을 발굴 지원하고 신북방 지역 주력 수출품목 생산기업의 신규상품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모스크바 중·상류층을 대상으로 고급 가공식품인 인삼 제품을 집중 육성하고 항만물류가 가능한 극동지역에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딸기 등 신선농산물을 중점 육성할 방침이다. 아울러 시장개척 역량을 가진 선도기업의 파워브랜드와 유망 중소기업 제품 간 브랜드 합작을 추진하고 중견기업이 이미 진출한 현지 유통망에 중소기업 제품 동반판촉 및 공동마케팅으로 중소기업 유망품목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내년에는 한·러 수교 30주년을 맞아 ‘유라시아 케이푸드(K-Food) 대장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농식품 수출에 관심 있는 학생, 수출업체, 마케팅 전문가, 식문화 전문가, 쉐프 등으로 ‘케이푸드(K-Food) 홍보원정대’를 구성해 시베리아철도(TSR) 노선의 주요 도시를 방문해 한국 농식품을 홍보하고 식문화 이벤트 행사도 진행한다.

박병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이번 신북방 농식품 수출확대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 농식품 수출의 단기 활력 향상뿐만 아니라 특정 국가에 집중된 우리 농식품 수출구조를 다변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ㆍ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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